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동일 패턴의 지겨움과 반전의 과용을 용납하는 이유

추리소설에서 반전의 사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1번은 좀 약하고 2번은 괜찬지만 3번은 과하다. 제목에서 적어도 1번 이상 뒤집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정말 추리 초보자다. 게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안 읽어 봤으리라. 반전에 반전 패턴이 거의 모든 소설에서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제목을 보고 3번을 예상했고 읽어가면서 4번을 기대했다. 

내가 작가라면? 추리 게임에서는 작가를 이기는 방법이다. 탐정이 범인을 잡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범인이라면? 미스터리 소설의 초반과 중반은 가장 상식적인 추리로 독자를 되도록 자신이 제시할 정답과 거리가 최대한 멀게 해 놓는다. 이런 멍청하고도 단순한 추리는 대개 경찰이 맡는다. 그게 아니지롱, 사실인 이렇지롱, 놀랐지롱. 이는 언제나 주인공 탐정이 한다. 

작가는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없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탐정은 절대 선인이어야 한다. 안 그러면 얘기가 안 되니까. 어쨌거나 탐정은 인생의 씁쓸함을 달게 삼키고 "그래도 착하게 살자"는 출소 후 전과자가 어깨 문신으로 새길 법한 그 싸구려 대사를 암시한 채 이야기를 끝낸 후, 다시 다음 시리즈에 등장해서 똑같은 말을 암시한다. "착하게 살자." 

자살이게 타살이게? 아이고, '졸업'에서 써먹은 거 또 써먹는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경우의 수가 그다지 몇 안 되는 사건이었다. 객관식이랄까. 사지선다형. 네 가지 중에 가장 극적인 것은 무엇일까? 결국 그거겠군. 역시나 맞았다. 

달콤씁쓸한 인생. 흔한 삼각관계에 심파극 같아서 낡은 사진을 보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편지라니. 

범인 잡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별 의미가 없다. 동일 패턴을 반복하며 반전을 남용해도 용납할 수 있는 것은 담배 한 대 피우고 싶게 하는 결말 때문이다. 

부록으로 '추리 안내서'라고 해서 봉인된 해설이 있다. 처음에는 종이가 붙어 있어서 파본인 줄 알고 교환하려고 했다. 에고고. 게이고의 소설에서 추리는 별 의미가 없다는 신념에 따라 안 뜯고 안 읽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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