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동서문화사 펴냄
소문대로 번역은 읽기가 껄끄럽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이야기 자체의 힘일지도. 어쨌거나 궁금하니까 끝까지 다 읽었다.
스웨덴어-일어-한국어의 중역이다. 중역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을 때도 있다. 문제는 영어가 아닌 일본어를 거친 중역이라는 데 있다. 낯선 스웨덴어 지명과 인명도 읽기가 매끄럽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긴 하지만 일어 중역 번역문의 어색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읽을 수는 있다.
87분서 시리즈 스타일의 경찰소설이다. 여러 경찰관들의 협조로 사건을 해결한다. 스웨덴 경찰들의 일상과 수사가 자세히 나온다. 스웨덴의 사회상이 즉석 스냅 사진처럼 잠깐씩 스치며 지나간다. 전개 방식도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닮았다. 옛날의 미제 사건이 현재 살인사건과 맞물리면서 해결된다.
버스 안에 여러 명의 사람이 시체로 발견된다. 그 중 한 명은 경찰이다.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누가 왜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가?
형사가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확실히 조사하기 위해 직접 실험하듯 시현해 본다. 자기 아내 혹은 자기 애인을 대상으로 거의 비슷하게 실험해 보는 장면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웃는 경관’은 에드 맥베인의 ‘경관 혐오’랑 제목만 비슷한 게 아니라 범행 수법도 비슷하다. 자신의 살인 범죄를 감추기 위해 엉뚱한 사람들을 죽인다. 첫인상에는 아무리 봐도 미치광이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살인의 정체는 확실한 동기에 의해 계획적으로 저지른 논리적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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