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번워스 살인 사건
The Leavenworth Case (1878)
애나 캐서린 그린 지음
유혜인, 조은정 옮김
바른번역(왓북) 펴냄

후대 추리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종이니 필적이니)과 애거서 크리스티(범인 색출을 위한 연극)에게 영향을 끼친 게 확연히 보여 흥미롭긴 했다. 예나 지금이나 소설 잘 쓰는 작가치고 독서량이 적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아서 코난 도일도 애거서 크리스티도 당대에 구해서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은 웬만큼 읽었다고 봐야 한다.

추리소설 자체로 과연 읽을 가치가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미국 최초 추리소설 작가 작품이라는 역사적 의의만 남는 게 좋겠다.

장편추리소설의 설계도를 보는 기분이었다. 살인 발생, 검시, 용의자 심문, 목격자의 실종, 단서들, 단서 추적, 반전에 반전, 범인의 구구절절한 자백, 밝혀진 사랑, 행복 결말.

애나 캐서린 그린은 최초의 여성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Anna Katharine Green로 네이버 검색하면 국내 추리독자의 팬이 황금가지 출판사에 번역 출판해 달라고 요청한 글이 보인다. 그럴 만도 하다. 

'레번워스 살인 사건'은 심심치 않게 명작 추리소설로 언급되고 있으며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서전에서 이 작가의 이 작품이 자신의 추리소설에 영향을 줬다고 썼다. 이래저래 궁금하지 않은가.

작가의 국내 지명도가 떨어지다 보니, 게다가 번역해서 출판한 곳이 유명하지도 않고 전자책으로만 나왔으니, 아마 이렇게 번역되어 있는지조차 모르고들 있을 것이다. 나도 우연히 발견했다.

추리소설에 대한 열의와 흥미가 보통 이상으로 높은 독자라면 읽어 보라고 하겠으나, 일반 독자라면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다 읽었는데 더 읽을 게 없어서 심심해서 미칠 지경이라면 그래 읽어도 좋다.

이야기 초반에 법정 진술이 장황하게 나와서 지루했지만 중후반부터는 여러 실마리를 잡아서 조사하고 추적하고 추리해서 진실에 차츰 접근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명백하게 보이고 확연히 의심되는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었고 그동안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자가 살인자로 밝혀진다.

전반적인 흐름이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과 유사하지만 재미는 그다지 없었다. 아, 그런 거였어. 이 정도랄까. 인상적인 등장인물이 없어서 심심하다. 탐정 캐릭터가 개성이 별로 없다. 평범하고 착실하다.

영어 원문은 http://www.gutenberg.org/files/4047/4047-h/4047-h.htm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2015.07.17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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