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냉정한 낭만주의자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어 보라는 충고에 따라 무작장 5권짜리 전집을 구매하고 남은 2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놓았다. 총 7권이 읽기 대기 중이다. 1권 읽었으니, 이제 6권이 남았군.
트위터로 내게 이 시리즈를 권한 분의 평가는 "읽을 만하다."였다. '탐정 갈릴레오'의 첫 단편을 읽고는 사람들이 왜 그리 이 소설가에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추리는 밍밍하고 문체는 깔끔하며 반전도 있어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였다. 대단하다는 아니었다. 가가 교이치로의 대학 시절(물론 아직 형사가 아니라 대학 졸업반이다.)을 다룬 '설월화 살인 게임'을 읽고나니, 과연 이 작가의 매력은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왜 번역 출판한 곳에서 추리소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졸업'이라는 다소 감상적인 제목을 달았을까 싶었는데, 다 읽어 본 분들이 결말의 낭만주의에 감동했다면 바로 그 '졸업'을 제목으로 동의하리라. 안 읽어 본 사람은 실감하긴 곤란할 것이다.
취직하는 데 학생운동 전력 어쩌고 나오는 거 보니, 참 옛날이다 싶다. 발표 연대를 보니, 1986년이다. 그땐 그랬지. 80년대 대학 4학년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다도와 검도가 나온다. 밀실과 독약이 나온다. 중학교 기술 시간에 냉장고와 밥솥의 작동원리로 배운 '그것'과 초등학생도 아는 카드 트릭이 결정적 힌트다. 추리는 그저그랬다. 단순할 걸 참 난해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추리소설인데도 읽는 내내 수수께끼 풀이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에 작가가 묘파해내는 각 인물들의 심리와 그에 따른 행동에 빨려들어갔다. 살인을 빼면 청춘소설이다.
차가운 현실을 그리면서도 낭만적 감상으로 마무리한다. 냉정한 낭만주의자랄까.
언제쯤 나는 낭만주의를 졸업할까. 소설 따위 읽지 않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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