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되면 진부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추리소설을 찾게 되고 세계 3대 추리소설부터 읽으려고 든다. 하지만 어쩌나, 3권 모두 고전이고 통독 자체가 만만치 않으니 읽다가 포기하고 잠이나 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책보다는 스마트폰 SNS에 익숙한 이들에게 그런 책을 권하고 난 할 일 다 했다고 빠지는 사람들이 미워서, 내가 나서야겠다 싶어, 이 글을 쓴다.
추리소설 처음 읽는 사람한테 중요한 것은 잘 읽히느냐와 재미있느냐, 이 두 가지다. 다음 세 권이 그렇다.
포와로 수사집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해문출판사 펴냄
가장 먼저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은 단편소설집 [포와로 수사집]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워낙 유명해서 알아서들 찾아 읽지만 대개들 장편소설이고 복잡하게 꼬인 트릭과 헛다리 집으면서 그토록 길게 읽어내면, 처음 추리소설을 읽는 이들한테는 중노동에 가깝다. 그러니까 단거리 100미터 뛰기를 하라는 거다. 단편이지만 트릭과 반전은 장편소설 못지 않게 훌륭하다. 게다가 푸아로 특유의 유머도 즐겁다.
타인의 목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
열린책들 펴냄
매그레 시리즈는 장편이라 하기에는 약간 분량이 적다. 중장편이라고 해야 하나. 작가 스스로 반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도록 분량을 조절해서 썼다고 한다. 자, 이제 중거리 달리기를 해 보자.
[타인의 목]은 형사가 범인을 체포해 놓고서 이 사람 범인이 아닐 거라는 직감에 따라 사형을 앞두고 일부러 풀어준다. 그렇게 해서 추적을 한 결과, 진범인 듯 보이는 사람을 만났는데, 웬걸, 이 녀석이 오히려 매그레를 약올린다. 절대로 알아낼 수 없을 거라며. 코너에 몰린 듯 보였던 매그레 반장의 반격이 시작된다.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펴냄
이제 제대로 장편소설을 하나 읽어 볼 차례다.
대개 추리소설이란 범인 잡기 놀이다. 누가 범인이며 과연 어떻게 그랬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정반대다.
자기가 범인이라며 말하는 문장이라니. 이게 뭐야? 계속 읽어가고 뭐 얼마나 대단한 반전이 있으려나 싶을 것이다. 마지막 세 쪽에서 터지는 감탄. 인간성을 날카롭게 묘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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