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지식여행
역시 히가시가와 도쿠야답다. 정교하고 섬세한 트릭을 보여준다. 우연이 개입된 게 흠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유머는 여전하다. 일본어 말장난이다.
연쇄 살인에 밀실이다. 그다지 당혹스럽진 않았다. 어느 정도 내 예상이 맞았으나 트릭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범인이 될 수밖에 없잖아 정도의 감이랄까. 열 단계도 넘는 이 촘촘한 속임수를 어찌 알 수 있으랴. 게다가 이미 풀은 수수께끼를 반전시키니, 정말 대단한 솜씨다. 반박에 반박에 반박을.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추리소설 작법에 대한 은밀한 고백이 있다. 78쪽을 보라. 인용해 보면,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가 미스터리의 필수요소인 것처럼 반드시 나오곤 하는데 그런 관계에 대한 설명이 끝도 없이 나와 오히려 지겹게 만들고 결국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끝나서" 그래서 그가 쓰는 소설에 범행 동기가 간략하게 나온다. 이 작품에서는 아예 그 동기마저 우스개로 써먹는다. 결말에서 웃으면 안 되는데, 웃게 된다.
추리소설의 본령은 추리 게임성이다. 그걸 애써 사회 고발이니 인간의 잔혹성 성찰로 끌어들이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그래서는 그동안 애써 쌓은 재미를 없애고 읽는 이를 지루하게 한다.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인간의 범행 동기를 중요시해서 진지하게 다룬다. 이 작품은 히기사노의 '악의'와 정반대에 있는 소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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