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2010년.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전집'이 있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알았다. 셜록 홈즈 시리즈 소설을 읽으려고 해당 책꽂이에 갔더니, 어마어마하게 생긴 요상한 책이 보였다. 생긴 게 도해 도판 백과사전처럼 크고 넓적하고 두꺼웠다. 당시 북폴리오에서 낸 책이었다. 세상에, 저런 책을 누가 사겠으며 누가 읽겠나 싶었다. 너무 커! 홈즈 미치광이들이나 그러겠지. 


세월이 흘러흘러 2014년. 다시 도서관. 이번엔 다른 도서관. BBC 드라마의 인기로 다시 셜록 홈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옛날 그 책이 생각났다. 완간이 되었나 봤더니 완료되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세트 - 전6권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승영조.인트랜스 번역원 옮김
아서 코난 도일 원작/현대문학

출판사가 바뀌었다. 현대문학. 번역 출판권이 옮겨진 모양이다. 북폴리오는 완간을 못하고 기존에 낸 책을 절판했다.

다행스럽게도 번역자는 동일하다. 그런데 장편소설 쪽, 그러니까 나머지 완간을 못한 부분은 승영조와 함께 인트랜스 번역원이라는 데서 번역했다.

번역은 집단이 하면 망한다. 요즘에도 그러나 모르겠네. 출판사에서 교수님한테 번역을 의뢰하면, 교수가 학생들한테 원고를 쪼개서 나눠주고 대신 번역하게 한다. 그런 후에 교수가 그걸 취합해서 책으로 낸다. 제한된 시간에 빠르게 일을 해내지만 책임감이 없어서 번역의 질과 일관성은 최악이 되기 십상이다.

승영조의 셜록 홈즈 번역은 이미 정평이 났다. 인터넷 서점 독자 평에 보면 입소문이 이미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그런지는 직접 읽어 보면 알 수 있는데, 옮긴이 후기를 통해 스스로 밝혔듯 기존 번역의 문제들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으나, 이런 주석 달린 거대한 책을 읽을 독자라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

북폴리오는 원서와 같은 편집과 표지를 시도했다. 원서처럼 총 3권으로 편집을 기획했다. 이 때문에 책이 어마어마하게 두꺼워서 이 글 처음에 말했듯, 괴물이었다. 원서와 동일하게 고급 종이에 컬러로 인쇄했다.

The New Annotated Sherlock Holmes: The Complete Short Stories Volumes 1-2 (Boxed Set, Slipcased Edition)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Le Carre, John 그림/W W Norton & Co Inc

The New Annotated Sherlock Holmes, Volume 3: The Novels: A Study in Scarlet/The Sign of Four/The Hound of the Baskervilles/The Valley of Fear (Hardcover, Slipcased Edition)
/W W Norton & Co Inc

현대문학은 원서와는 다른 편집을 시도했다.

번역서가 너무나도 두껍기 때문에 원서를 2권으로 분권한다. 원서가 총 3권이니까 번역서는 6권이다. 번역서 2권이 원서 1권에 해당한다. 드디어 그나마 읽을 만해졌군. 그래도 일반 단행본보다는 두껍고 크다. 대신에 종이의 질을 낮고 흑백인쇄다. 종이가 가벼우니 책이 가볍다.

6권 분권 체제로는 기존 3권 체제의 책 표지 디자인을 따를 수 없게 되었다. 원서의 미려한 디자인은 번역서에서 살리지 못했다.

셜록 홈즈 마니아라면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다. 어떻게 안 읽어. 이 책은 단순히 주석만 달린 책이 아니다. 셜록 홈즈 관련 많은 정보들이 총집합했다.

삽화는 가장 친숙한 시드니 패짓의 것이 모두 수록했다. 다른 이들이 그린 삽화도 있다.

1권에 실려 있는 연보가 흥미롭다. 셜록 홈즈의 생애에 왓슨의 생애, 연국의 사건, 세계사, 한국사가 곁들여 있다. 한국사는 원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옮긴이 승영조가 넣은 것이다. 1846년을 보면 제임스 모리아티가 태어났고 해왕성이 발견되었으며 김대건 신부가 순교했다.

주석을 읽으면 셜록 홈즈의 세계가 더 생생하게 보인다. 소설 본문에서 "술병 케이스와 수다수 제조기를 가리켰다."라고 나오는데 이 케이스와 이 제조기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 책을 봐야만 알 수 있다.

게다가 주석과 설명문으로 달린, 셜록 홈즈 시리즈의 각종 논리적 문제점에 대한 여러 평가와 나름대로의 설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주홍색 연구 1부 1장 끝에 언급한 불도그 강아지에 대해서 말들이 참 다양하다. 왓슨이 여기서 딱 한 번 언급하고는 이후로 이 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 과연 왜 그런 것인가. 의견 1. 이사 후 개 사망. 의견 2. 개를 잠깐만 돌본 것이다. 의견 3. 홈즈가 개를 치워달라고 했다. 

이 책의 재미는 셜록 홈즈 소설을 실제 전기라고 가정한 후 이에 대한 소설적 설명을 붙어나가는 소위 '셜록학'에 있다. 소설 본문에는 없지만 그 본문에 살을 붙이는 팬픽션이다.

별별 자료가 다 있다. 5권에 보면 60편 이야기에서 셜록 홈즈가 어떤 표정 반응을 했는지 통계를 냈다. 5권에는 셜록 홈즈의 실제 모델이었던 의사 조지프 벨의 에세이도 실렸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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