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을 입은 여인 -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브리즈(토네이도) |
윌리엄 윌키 콜린스는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으나 추리소설의 원조가 된 소설가다. 그는 특정 환경에 처한 인물을 묘사하는 데 치중했을 뿐, 이것이 범죄소설, 탐정소설, 추리소설의 모범이 될 거라는 생각지 않았다. 해당 장르 자체가 확립된 시절이 아니었으니까.
다소 긴 분량의 장편소설 '흰옷을 입은 여인'은 당시에 상업적으로 대단히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그 유명세와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재미있다고 하는, 이 소설을 읽기 꺼리는 이유는 아마도 분량 때문일 것이다. 장편추리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월장석'도 마찬가지로 아주 두툼한 책이다, 번역서든 원서든.
분량이 늘어난 이유는 사건 관련 인물들이 돌아가서 서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서술자마다 간략하게 사건만 이야기하는 식이 아니고 각자가 느낀 감정과 생각이 비교적 풍부하게 담겨 있다.
미스터리를 계속 이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독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체도 간결해서 편히 읽힌다. 번역서가 혹시 단문으로 바꾼 것이 아닐까 의심했는데, 원문을 확인해 보니 원문 자체가 그랬다.
그러니, 양에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다 읽으면 재미는 보장된다.
제목 '흰옷을 입은 여인'만 보면 무슨 유령 이야기가 싶은데, 아니다. 범죄 미스터리 첩보 로맨스 모험 이야기다.
범죄의 핵심 트릭은 간단하고 명백하게 나온다. 두 사람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는 것을 소설 초반부에 계속 언급하고 재산 상속 관련 문제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재미의 포인트는 세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째, 로맨스. 월터 하트라이트(이름 참 선하고 올바르지 않은가. 하하하.)가 로라와의 사랑을 성취하는 과정이 큰 흐름이다. 첫눈에 반해서 결혼하고 애 낳는 것에서 끝난다.
둘째, 자매애. 어쩌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리안인 것 같다. 아주 당찬 미혼 여성으로 나온다. 동생 로라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의리의 여장부다.
셋째, 포스코 백작. 지능형 범죄자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다. 사실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천재 범죄자형으로 과장된 캐릭터다. 감정적이고 머리 나쁜 퍼시빌과는 대조적으로 나온다.
가끔씩 인물을 해학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있어서 미스터리와 추적의 긴장감을 중간중간 풀어준다.
초반에 엉뚱하고 웃기기만 인물로 잠깐 나오는 페스카 교수는 후반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의 비밀도 밝혀진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범죄자들이 천벌을 받았다는 식의 순진한 권선징악 틀거리는, 아무래도 옛날 풍이다. 법의 심판도 아니고 선한 주인공의 정의실현도 아니고 어쩌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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