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 10점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비채

 

 

 

읽을 책을 고를 때 책이 두꺼우면 대개들 안 읽으려고 합니다. 이는 정말 잘못된 선택입니다. 책 선택의 기준은 얼마나 두꺼우냐가 아니라 잘 읽히느냐입니다. 잘 읽히면 아무리 두꺼워도 문제가 없지만 읽히지 않으면 두께가 아무리 얇아도 문제입니다. 

 

장식용으로 쓴다면 두꺼운 책을 더 선호하겠지요. 독서용이라면 책의 외모에 속으면 안 됩니다. 화려한 표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광고 등에 속아서 책을 사 놓고 정작 안 읽으면 장식용이 되거나 방구석에 뚱하게 자리잡은 종이 뭉치일 뿐이죠.

 

읽어야 책이 됩니다. 읽어야 진짜 내 책이 되는 겁니다.

 

이 책 '심플 플랜'은 540쪽 분량에 두께 3센티미터 남짓으로 보나 밋밋한 제목으로 보나 독자들의 선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손에 잡혀서 이 책이 읽히는 이유는 스티븐 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추천 때문이죠. 읽은 사람들의 추천보다 더 확실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두껍지만 잘 읽히는 소설책 '심플 플랜'입니다.

 

 

문장이 간단합니다. 단순하고요. 짧습니다. 문학적 수식으로 길게 늘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외양 묘사나 심리 서술에 문장을 많이 소모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착착 딱딱 척척 쓱쓱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냥 주욱 읽어가면 어느새 끝입니다.

 

1인칭 시점으로 행크가 회고하는 식으로 말합니다.

 

행크, 행크의 형 제이콥, 형의 친구 루. 이렇게 세 사람은 우연히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합니다. 호기심에 가서 봤더니, 거기서 어머어머한 금액의 현금 다발이 담긴 가방이 보입니다. 총 4백4십만 달러. 1달러 1천원으로 대충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 돈으로 44억이죠.

 

행크는 간단한 계획(A Simple Plan, 심플 플랜)을 제이콥과 루한테 말해 줍니다. "내가 여섯 달 동안 보관하는 거야. 그 기간 동안 돈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돈을 나누는 거야."

 

 

소설 초반부터 사소한 균열과 불길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마다 특정한 날 오후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무덤에 가서 추모했는데, 유언이기도 했고요, 그 약속을 이번에 지키지 못한 겁니다.

 

눈덩이 효과라고 하죠. 처음에는 아주 작았던 것이 차츰 커지더니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식이죠. 소설 '심플 플랜'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갈 데까지 가 버리는 거죠. 처음에는 정말 사소하고 간단하고 쉬워 보였던 일이 복잡하고 크고 어려운 문제가 되어 버린 겁니다.

 

이 소설이 독자한테 주는 공포와 전율은 이런 겁니다. "너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치?" 이렇게 작가는 직접 말하지 않지만 읽다보면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릅니다. 여기서 소름이 돋는 거죠. 유령이나 외계 괴물 때문이 아니라요.

 

결말은 씁쓸합니다. "우리는 이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것이라고,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늘 애쓰지만 늘 그리 성공은 못한 채, 공허하고 당혹스러운 기분을 안고 하루에서 이튿날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이것이 진짜 지옥이죠.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니 삼지창 들고 끝이 갈라진 꼬리 달린 검은 녀석 같은 게 있는 곳이 아니고요.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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