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결사
The Secret Adversary (1922)

스파이 소설이다. '코믹'과 '로맨스'라는 초콜릿을 잔득 발랐다. 달다. 읽는 내내 웃느라고 침이 책에 튀었다. 범인이 뻔히 보이는데도 등장인물들은 짐작도 못한다. 나중에 진상을 알고 놀라서 서로들 호들갑을 떤다. 귀여워라. 두 주인공의 닭살 돋는 사랑으로 행복하게 마무리한다. 둘은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모험소설? 어이가 없다. 여행이라고 해 봐야 영국 안에서 몇 번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사건이라고 해 봐야 나무에서 떨어지고 주먹질 몇 번과 총질 몇 번이며, 아이템이라고 해 봐야 외교 문서 한 장이다. 만화책 읽는 기분으로 읽기 바란다. 본격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책장을 열어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

보잘것없는 청년 실업자 두 명이 '우연히' 만나 딱히 할 일이 없어 청년모험가 회사를 차린다. 아무 생각 없이 돈만 주면 뭐든 하겠다고 작정한 젋은이, 토미와 터펜스. '우연히' 그 둘의 대화를 들은 사내가 일을 맡기겠다고 한다. 말괄량이 터펜스는 자기 본명을 말하기 뭣해서 '우연히' 식당에서 엿들을 이름 제인 핀을 대는데, 상대는 놀라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냐고 따진다. 여주인공은 즉흥적으로 대응해서 선금으로 50 파운드를 따낸다.

다시 그 사나이를 찾아갔으나 회사는 파산해서 사라지고 없었다. 여기서 사건 종료? 어림도 없다. 터펜스는 과감하게 제인 핀 관련 정보를 구한다고 신문광고를 내버린다. 놀랍게도 두 명한테서 연락이 온다.

한 사람을 찾아가 보니, 영국 해군 소장이다. 비밀외교정책에 따라 비밀협정을 맺었는데 그 문서를 제인 핀이라는 여자가 특수요원한테서 '우연히' 전달받고 사라진 것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돈이 무진장 많은 청년이다. 사촌 누이 제인을 애타게 찾고 있는데, 엄청난 미인이란다. 사진 있냐니까 없단다. 브라운 경감이라는 사람한테 주었단다. 그 브라운이라는 사람은 그 비밀문서로 세계 전쟁을 일으키려는 음모자들의 우두머리였다. 토미 - 터펜스 커플이 비밀문서, 제인 핀, 브라운을 추적하면서 좌충우돌 스파이 모험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자를 즐겁게 하려고 유쾌하게 썼다. 터펜스가 토미한테 스스로 자기 약력을 소개하는 부분을 옮겨 본다. "첫번째 달, 매일같이 648개의 접시를 닦음. 2개월째, 앞서 말한 접시를 말리는 일로 승진됨. 3개월째, 감자깎는 일로 승진됨."(11쪽) 수다 코미디다.

돈이냐 사랑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로맨스의 전통적 갈등 구조를 가져다 익살스레 쓴다. 첫 작품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서처럼 뜬금없이 청혼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의 여주인공은 과연 돈 많은 남자를 택할 것인가, 마음이 끌리는 남자를 택할 것인가.

생각나는 대로 후다닥 써 버린 듯하다. 우연의 연속과 두 주인공의 즉흥 행동 대응으로 시원스레 샤샤삭 사건이 전개된다. 후반부 반전에 반전은 웃음 만발이었다.

"삶에 희망을 가지고 단조로운 생활을 해나가는 모든 이들에게"(4쪽) 일독을 권한다.

■ 2014.2.22 1회독 해문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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