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에코
마이클 코넬리
알에이치코리아
2015.01.30.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소설을 바탕으로 미국 드라마가 나왔다. 제목은 단순히 보슈(BOSCH)다. 네이버 검색은 '미드 보쉬'다. 파일럿(드라마 첫 화)를 본 느낌은 차분했다. 드라마는 1권이 아니라 8권 유골의 도시(City of Bones) 이야기다.
원작이 궁금해서 1권을 봤다. 560여 쪽이다. 이야기를 세세하게 써서 분량이 많은데 축약하면 중편소설 정도다. 사건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1권 블랙 에코(The Black Echo)의 시작은 저수지 굴이다. 여기서 약물 중독자의 시신이 발견되는데 주인공 해리 보슈와 함께 베트남에 군복무를 했던 자다. 해리는 땅굴쥐라는, 땅굴에 폭탄 설치 임무를 맡았었다. 제목 블랙 에코는 바로 이 임무와 관련 있는 말이다. "우린 땅굴 입구를 검은 메아리(블랙 에코)라고 불렀는데,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어요. 그 아래로 내려가면 자신의 공포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 아래에 내려가면 자신이 이미 죽은 것 같아요."(239쪽)
LAPD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작가는 경찰출입기자였다. 소설에서 이 경험을 써먹었다. 그 많은 경찰용어 약자를 일일이 쓰면서 애써 설명해주고 있다. 검시는 물론이고 각종 신원 조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사소하고 뻔한 사건으로 그냥 덮으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형사 해리 보슈는 차분하고 세세한 수사로 사건의 진실에 도달한다. 중독사가 아니라 살인이었고, 단순 도난 사건이 아니라 은행강도 사건과 관련이 있고, 자신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자는 경찰 혹은 FBI 내에 정보통을 갖고 있다.
사건이 커지고 배후가 드러나면서 절정에 이르러 대결 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후반부 반전은 범죄소설에 익숙한 독자한테는 평범한 것이었다. 기발한 트릭이나 독특한 결말을 내기 어려운 상황 설정이다.
해리 보슈는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저돌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 뛰어난 수사 능력을 발휘한다기보다는 사건 해결에 충실한 캐릭터다. 끈질기게 사건 진상을 밝히는, 우직한 남자다.
미국에서는 상(에드거 상: 미국의 추리작가클럽에서 에드거 앨런 포를 기념하여 매년 4월에 전년도의 최우수 작품에 주는 상)도 받고 무척 많이 팔렸다. 국내 번역본도 나름 팔렸다. 2010년 처음 펴내서 2013년에 4쇄 발행이면 나쁘지 않다. 국내에는 현재 12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정도 판매면 시리즈 모두가 국내에 출간되는 건 무난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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