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트 마지막 사건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동서문화사 펴냄
2003년 1월 발행
추리소설의 규칙을 깨려는 의도로 쓴 소설인데 오히려 그 규칙에 함몰되어 희안하게도 고전 걸작이 되어 버렸다. 탐정이 추리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용의자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져 로맨스에는 성공한다.
벤틀리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유명한 체스터튼과 친구다. 그가 쓴 첫 탐정소설인데 제목은 트렌드 마지막 사건이다. 이 한 권만 쓰고 더는 쓸 일이 없겠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해서 몇 작품 더 썼다고.
탐정소설 장르의 힘은 강력하다. 작가의 의도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장르 규칙을 어기는 일조차도 살인사건의 범인과 그 수법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명제를 무시할 수 없었고, 시리즈로 안 쓰고 달랑 한 편만 쓰겠다는 것도 탐정이 등장하는 이상 장르 팬들이 바라기 때문에 더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름 두 번 반전이 있어서 고생한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읽기에 지루하다. 사건과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해서 길고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지은이 당시 시대의 신문사 돌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다지 바라지 않았다.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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