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카렐 차페크
모비딕
2014.12.01.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
카렐 차페크(1890-1938)는 체코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그는 에스에프적 수법으로 현대를 비판한 희곡 "R.U.R.; Rossum's Universal Robots"(1920)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오늘날 보통명사가 된 "로봇"이라는 단어가 바로 이 작품에서 유래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콩트 분량의 짤막한 미스터리 이야기로 모두 36편이다. 1928년부터 차페크가 고정 칼럼을 쓰던 신문에 발표한 작품들로, 그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와 "왼쪽 호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이 두 권에서 이야기를 골라 한 권으로 묶은 것이 바로 이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단편 미스터리 형식으로 진실, 정의, 일상의 소중함과 의혹 등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극적 반전이 흥미롭다. 일상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몇 작품만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우선 이 책의 첫 작품인 <푸른 국화>는 바보 소녀인 클라라가 푸른 국화를 마을에 가져오면서 그 꽃을 찾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난리 법석을 피운다. 그러나 꽃은 결국 찾지 못한다. 정원사인 나는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푸른 국화를 발견한다. 그 꽃을 쉽게 찾지 못했던 이유는 직접 읽어 보길 바란다. 일상의 의혹과 소중함을 보여준다.
<마지막 심판>은 저승의 법정이라는 독특한 상황 설정을 하고 있다.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 쿠글러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판장, 신은 증인인 재판을 받는다. 작가의 심판에 대한 생각과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우체국에서 생긴 사건>은 시골 우체국에서 일어난 교묘한 살인 사건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시인>은 뺑소니 차량 번호를 잠재의식 속에 시로써 기억하는 시인에 관한 이야기다. 시에 나타난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치가 재미있다.
<고소 공포증>은 상류층 인사 기에르케의 숨겨진 과거를 통해 심리적 억압이 무엇인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이상 다섯 작품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정의, 범죄, 인간의 잔악성, 진실, 사람들로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 억압 따위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짧은 이야기를 통해 강렬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삶에 대한 작가의 지적 통찰력이 감동적이다.
이 책은 2014년 12월 모비딕에서 새로 나왔다. 본래대로 2권으로 나누어 나왔으며 한 권당 24편 총 48편을 온전히 다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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