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서광 이야기
-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이민정 옮김
- 범우사 펴냄


"수집가는 행복한 인간들이다." 괴테의 말이다. 수집가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에 끌려서 신기하고 희귀한 것을 모으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그 수집하고자 하는 것에 돈이 아무리 많이 들고 희생이 크더라도 기끼어 바친다. 그들은 미쳤으니까! 경제적인 목적 때문에 하는 사람. 철저하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다. 앞서 말한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고 싼 값에 사는 중개상이다. 우리의 흥미를 끄는 사람은 전자다. 최근 한국에는 부자 되는 것에 온통 관심이 쏠린 탓에 후자인 사람도 있을 법하다. 이 책에 흥미를 느낀 사람은 전자일 테니, 후자는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게 넘겨 드리고자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 종류가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책 수집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 내가 그렇다. 책 읽기는 거의 안 하고 오직 책을 사서 모으는 데 바쁜 사람. 장서가로 불린다.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희귀본을 찾는 기쁨에 취해 산다. 가끔 볼 수 있다. 독서를 좋아하면서 책 수집에도 열중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가장 적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많아야 그럴 수 있기에. 범우문고 192 [애서광 이야기]는 둘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1. 옥타브 유잔느 [시지스몬의 유산]
갖고 싶은 책을 위해 인간이 얼마나 미칠 수 있을까.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그 상상의 끝까지 가 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 보라. 책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여자와 책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남자의 대결. 책이여, 어서 사라져라. 죽어라. 없어져라. 책을 파괴하라. 서재에 쥐를 풀어 놓는다. 서재 지붕 기왓장을 부셔 놓아 비가 들이치도록 한다. 습기 가득하다. 곰팡이가  피어나고 좀벌레가 번성한다. 책을 살리자. 적들을 막아라. 고양이를 풀어라. 지붕을 고치자. 불을 피워 습기를 없애자. 마침내 여자는 항복하고 남자는 승리에 취해 서재로 들어가 보는데...


2. 귀스타브 플로베르 [애서광 이야기]
애서광은 자존심이란 어떤 것일까. 미친 분들의 최고 경지란 어떤 것일까. 그는 죽음을 초월한다. 사형선고, 우습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을 소장하고자 하는 미친 사람의 열정.


3. 스테판 츠바이크, [보이지 않는 수집품]
장님. 인플레이션. 수집품. 텅빈 화첩에 쏟아내는 예술 사랑. "아무런 기쁨도 없는 혼탁한 이 시대에 순수한 열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영혼을 환히 밝히는 완전한 예술에 전향된 무한한 기쁨 그것은 이미 오래 전에 우리네가 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143쪽)


우리는 미친 사람을 좋아한다. 제대로 미친 사람을 사랑한다. 황홀한 열정에 열광한다. 수집가의 수집품이 아니라 그 수집품이 전하는 수집가의 그 순수한 열정에 우리는 흐뭇해진다. 그 열정에 매혹된다.

책 미치광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필독 목록에 넣으시길.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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