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이프러스
Sad Cypress (194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금가지
삼나무 관
해문출판사
사이프러스? 삼나무다. 슬픈 삼나무? 해문은 번역 제목을 ‘삼나무 관’으로 명확히 했다. 표지는 황금가지가 명확하다. 해문 표지는 엉뚱하다. 삼나무는 죽음을 뜻하니까, 내가 제목을 단다면 ‘슬픈 죽음’이라고 하겠다. 평범한가. 제목 짓기 어렵네.
소설 첫머리에 셰익스피어를 인용한다. 십이야(12夜) 2막 4장. “오노라, 오느라, 죽음이여, 슬픈 사이프러스 관 속에 나를 눕혀다오.”
정당한 게임이 아니다. 범인 잡겠다고 머리 쓰지 마라. ‘연기의 신’은 안 나오지만 힌트를 치사하게 준다. 등장인물의 과거사를 무슨 수로 알아낼 수 있겠는가. 말해 주기 전에는 모른다. 의약품 전문가가 아니면 트릭을 짐작할 수 없다.
크리스티 소설치고는 특이하게도 법정 드라마다. 기소 장면으로 시작해서 판결로 마무리한다. “자, 모여들 봐. 내가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지.” 용의자들을 자극하며 자신의 추리 실력을 높이높이 드높이 자랑하는 ‘푸아로 피날레’가 나오지 않는다. 의뢰인 피터 로드한테 자기가 어떻게 추리를 했는지 차분히 말하긴 한다. 그래도 여전히 푸아로답다. 설명하는 중에 추측이 어긋날 수도 있었지 않냐 묻자, “난 틀린 적이 없는 사람이오!” 하고 대답한다.
유산과 애증의 거미줄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다. 전형적인, 애거서 여사의 스타일이다.
푸아로는 기어코 중매쟁이 노릇을 이번 작품에서도 한다. “그 아가씨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선생인 것을.” 본인 연애는 제로면서 남 연애는 언제나 플러스다.
피살자 ‘메리 제라드’ 평가가 제각각이다.
테드 빅랜드 : “메리는 한 송이 꽃 같은 아이였어요.”
피터 로드 의사 : “착한 아이.”
홉킨스 간호사 : “당장 영화계로 진출해도 될 정도예요.”
비숍 부인 : “어찌나 거들먹거리는지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예요.”
자신의 감정과 이익이 반영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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