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연희 옮김/황금가지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Appointment with Death (1938)
총 2부다. 1부는 살인이 일어나기 직전까지고 2부는 푸아로의 수사다.
1부만 보면 심리소설로 읽힌다. 자식들을 완전히 휘어잡은 폭군 노부인. 폭군 어머니 밑에서 괴로워하는 자식들과 갈등하는 며느리의 모습과 행동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크리스티 여사는 진지한 문학 소설로 승부했어도 승산은 있었을 법한데, 철학적이거나 심리학적으로 깊게 주제를 파고들어갈 마음은 없었던 듯하다. 특히 로맨스를 워낙 중시하고 반전과 트릭에 천재적 재능을 타고나서 추리소설의 틀 안에서 단순한 문장으로 글을 썼다. 추리소설은 오락이다. 아무리 진지해 봐야 게임이다.
첫 문장부터 떡밥이다. “너도 알잖아? 그 여자는 죽어야 해.” 여러 번 반복해서 중요하다고 각인시킨다. 안 낚이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전 발표작을 읽은 독자한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언급해서 또 한 번 낚는다.
반전을 위해서는 명백한 것으로 유혹한 후에 무심코 흘리는 것에 비수를 숨겨야 한다. 범인은 당신이 짐작도 못했던 사람으로 밝혀진다. 반전의 여왕답다.
‘죽음과의 약속’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반전이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진다. 살인도 고작 한 번 일어난다. BBC 드라마는 이 원작 소설을 비틀었다. 이 썰렁한 반전 대신에 감정을 더 고조시킬 수 있는 사연을 넣었고 연쇄 살인으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추리소설에는 연애 금지라고 애 여사한테 해 봐야 소용없다. 폭군에서 해방된 자식들의 결혼과 행복한 후일담을 애써 굳이 덧붙여 들려준다.
1회독 완료.
페북 이벤트 당첨으로 새 표지 새 책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을 받은 김에, 다시 한 번 읽었다.
이 소설의 초반 분위기가 어둡고 답답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읽기 힘들었으나 두 번째 읽을 때는 아주 간단히 쉽게 읽었다.
추리소설을 다시 읽으면 범인과 그 수법이 기억날 때가 있다.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군지는 기억나는데 수법은 생각이 안 났다. 범인이 잘 생각나는 건 너무나 엉뚱해서 그럴 것이다.
처음 읽는 사람은 절대 범인을 맞출 수 없게 썼다. 힌트를 두세 가지 주는데 그것만으로 범인을 잡아내기는 만만치 않다. 워낙 많은 떡밥을 뿌려 놓아서 그거 먹느라 진범에 대한 힌트는 그냥 넘어가거나 주의깊게 보더라도 알아차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2회독 2015.7.25~26
'소설 > 추리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거서 크리스티 [쥐덫] 푸아로 미스 마플 할리 퀸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축소판 (0) | 2021.09.27 |
---|---|
애거서 크리스티 [테이블 위의 카드] 푸아로 배틀 총경 - 올스타 청백전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벙어리 목격자] 푸아로 - 목격자가 개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뮤스가의 살인/죽은 자의 거울] 푸아로 - 가이 포크스 데이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의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 살인] 푸아로 - 폭군 아버지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리가타 미스터리] 푸아로 미스 마플 파커 파인 - 보이지 않는 사람들 (0) | 2021.09.25 |
애거서 크리스티 [하나, 둘, 내 구두에 버클을 달아라/애국살인] 푸아로 - 동요 힌트 (0) | 2021.09.25 |
애거서 크리스티 [슬픈 사이프러스/삼나무 관] 푸아로 - 법정 드라마 (0) | 2021.09.25 |
애거서 크리스티 [백주의 악마] 사소한 것들이 모여 큰 그림 (0) | 2021.09.25 |
애거서 크리스티 [할로 저택의 비극] 푸아로 - 특이한 캐릭터 (0) | 2021.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