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의 악마
Evil Under the Sun (19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하영진 옮김/동서문화사
단편 '로도스 섬의 삼각형'(단편집 [뮤스가의 살인(황금가지); 죽은 자의 거울(해문)]에 수록됨.)의 상황 설정을 그대로 가져다 장편으로 쓴 소설이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시키는, 애 여사의 솜씨가 일품이다. 기브리엘 넘버 에이트, 가위, 부러진 파이프 조각, 푸른 달력, 양초 꾸러미, 거울 하나, 타자기, 붉은 털실 뭉치, 소녀의 손목시계, 하수관을 타고 내려간 목욕물.
여전히 왜 죽였는지 모르겠다. 기대를 너무 했나. 단편보다 못하다. 애써 살인까지 할 동기가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 돈 다 빨아먹고 다시 안 만나면 그만이지 않나.
‘연기의 신’ 트릭은 이제 그만 좀 하지. 이번에는 배우 출신도 아닌 사람이잖아.
뻔히 보이는 상황을 역이용하는 범죄 수법이다. ‘나일 강의 죽음’이 떠오른다.
치명적인 여인이 있다. 여기는 해수욕장.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그 여자한테 쏠린다. 푸아로도 남자다. 그도 눈길이 가는 걸 막을 수 없을 지경이다. 모든 여자들의 질투가 쏟아진다. 이 여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백주의 악마’로 찍힌다.
여자 작가라서 그런가. 남자들을 홀리는 ‘치명적인 여자’에 대한 시각이 남자 작가들과 다르다. 남자들을 부려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들의 희생물이 된다는 설정이다. 크리스티는 사랑이 양날 검처럼 양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남자들의 일방적인 시선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더 진실에 다가섰다.
자꾸만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생각하게 만들다가 거의 끝에 가서야 진범을 밝힌다. 용의자들 모아놓고 범인을 콕콕 찔러주는 ‘푸아로 피날레’를 이번에도 감행한다. 이번에는 푸아로가 목이 졸려 죽을 뻔했다.
초반에 결혼 얘기 나올 때부터 짐작했다. 이번에도 한 커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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