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로의 크리스마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황금가지
크리스마스 살인
이기원 옮김/해문출판사
Hercule Poirot's Christmas (1938) 영국판
Murder for Christmas (1939) 미국판
A Holiday for Murder (1947) 미국판
추리소설에서 암묵적 규칙을 깨버리는 경우가 명작으로 불리는 작품에 많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반전을 만들어야 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점이야말로 가장 좋은 트릭 은폐물이다. 작중 화자는 범인이 아니다. 수사하는 사람들은 범인이 아니다. 명백하게 용의선상에 있는 자들 중에 하나가 범인이다. 한 사람이 두 사람 역할을 할 수 없다. 연애 금지. 살인이 났는데 무슨 사랑 타령이야. 제정신이야!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들은 이 모든 규칙을 깨버린다.
‘푸아로의 크리스마스’는 추리소설의 규칙을 깨서 반전을 만든다. 지난 발표작 ‘죽음과의 약속’처럼 살인 동기가 뻔히 보이는 용의자들한테 정신을 쏟게 한다. 상식적으로 짐작조차 못하는 사람이 살인범으로 밝혀진다. 힌트를 주긴 하지만 맞추기는 어렵다. 결정적인 단서를 주목하지 않도록 써놓았다.
‘죽음과의 약속’에서는 폭군 어머니를 등장시키더니 ‘푸아로의 크리스마스’에는 폭군 아버지가 나온다. 시메온 리 씨는 돈 많고 여자 편력이 심한 노인이다. 크리스마스 온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유서를 고치겠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혼자서 자기 방에 들어가 평소처럼 금고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꺼내 과거를 추억한다.
노인의 방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와 물건이 와르르 깨지는 소리가 난다. 가족들은 잠긴 문을 부셔 안으로 들어간다. 노인은 목이 잘린 채 죽었다. 다이아몬드가 사라졌다.
밀실 살인이다. 방에 문은 하나뿐인데 잠겨 있었다. 창문은 두 개인데 하나는 빗장이 질렸고 다른 하나는 아래에서 10센티미터 정도 열려 있었다. 방 안에는 피가 낭자하다. 온갖 물건이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는 고무 조각 하나와 작은 나뭇조각이 발견된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엉뚱하게도, 푸아로는 피해자의 젊은 시절 초상화와 가짜 수염을 가지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 추리에 몰두한다. 경악스러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또!” 하고 외칠 법한 결말이다. 하지만 트릭은 멋지고 힌트가 재치 있다. “중앙난방이 좋다니까.”
전작 ‘3막의 비극’을 언급하고 있다. 알아서들 스포일러 피하길 바란다.
'소설 > 추리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거서 크리스티 [비틀린 집/비뚤어진 집]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전형 (0) | 2021.09.27 |
---|---|
애거서 크리스티 [쥐덫] 푸아로 미스 마플 할리 퀸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축소판 (0) | 2021.09.27 |
애거서 크리스티 [테이블 위의 카드] 푸아로 배틀 총경 - 올스타 청백전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벙어리 목격자] 푸아로 - 목격자가 개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뮤스가의 살인/죽은 자의 거울] 푸아로 - 가이 포크스 데이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죽음과의 약속] 푸아로 - 폭군 어머니 밑의 자식들 (0) | 2021.09.26 |
애거서 크리스티 [리가타 미스터리] 푸아로 미스 마플 파커 파인 - 보이지 않는 사람들 (0) | 2021.09.25 |
애거서 크리스티 [하나, 둘, 내 구두에 버클을 달아라/애국살인] 푸아로 - 동요 힌트 (0) | 2021.09.25 |
애거서 크리스티 [슬픈 사이프러스/삼나무 관] 푸아로 - 법정 드라마 (0) | 2021.09.25 |
애거서 크리스티 [백주의 악마] 사소한 것들이 모여 큰 그림 (0) | 2021.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