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황금가지 펴냄
전자책 있음

Ten Little Niggers (1939) 영국판
And Then There Were None (1940) 미국판


추리소설의 재미는 무엇일까? 그 모범 정답을 제시한 작가가 크리스티다.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한정시킨 후 긴장을 높인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등장인물들이 모조리 죽는다. 그 당혹스러움의 끝에서 작가는 자신의 트릭을 소개한다. 미스터리는 독자와의 머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이 소설이 그 모범이다.

열 명이 섬으로 모인다. 죽음으로의 초대,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그들의 죄를 아는 자가 놓은 덫이었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한 사람이 죽는다. 이어서 한 사람씩 누군가에 의해 죽는다. 범인은 섬에 모인 열 명 중에 한 명이다. 그럼에도 범인이 누군지 알 길이 없다. 마침내 모두 죽는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에필로그인 자백서를 읽고서야 수수께끼 살인극의 비밀이 들어난다.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이다. 한 사람이 죽거나 사라질 때마다 인디언 인형이 하나씩 사라진다. 고립된 장소인 섬에서 한 명씩 죽어가면서 범인을 좁혀간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이 플롯을 가져다 썼다. 

이 소설은 여전히 신선하다. 고전은 그 독창성을 꾸준히 유지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중에 인기 최고다.

추리소설의 고전명작은 오늘날 수준에서 보면 유치하고 엉성해 보인다. 플롯은 작위적이며 문장은 조악하고 인물은 평면적이다. 이 소설을 읽는 관점은 추리소설 구성력에 맞춰야 할 것이다. 한 명씩 죽어가고 범인은 분명히 살아남은 사람들 중 한 명인데 모두 죽은 후에도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알 수 없다.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인디언 인형을 그대로 두지? 나 같으면 모조리 부셔 버리겠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등장인물들이라 그런지 이야기 플롯을 잘 따라 움직인다. 마지막 인물의 자살도 그렇다. 나 같으면 절대로 자살하지 않는다. 작위적이지만 자살해야 이야기가 완성되니까 넘어간다.

이 소설을 크리스티의 별종으로 취급하는데, 내 보기에는 전형적인 애거서 스타일이다. 동요를 차용하는 것은 애 여사가 자주 하는 일이다.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자를 응징한다는 설정도 이미 다른 소설에서 많이 한 것이다. 인물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다.

2014.08.01

 

황금가지 김남주 번역 전자책으로 읽었다.

범인과 수법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기에, 처음 읽었을 때의 재미와 당혹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추리소설을 두 번 이상 읽는 사람은 대체로 독자가 아니라 추리소설을 쓰려는 사람일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문장은 좋다고 할 수 없으나 인물 심리 묘사나 범죄 트릭은 탁월하다. 추리소설 독자가 읽고자 하는 것은 좋은 문장이 아니라 멋진 범죄 수수께끼다. 애 여사는 트릭의 대가였다.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자들을 섬에 불러 모아서 한 사람씩 죽인다. 이 설정은 종종 다른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그대로 혹은 변형해서 재현된다. 미국영화 '쏘우' 시리즈, 일본영화 '케이조쿠', 미국드라마 '퍼슨스 언노운'.

2022.06.04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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