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그리고 두려움 1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
시공사 펴냄
2005년 12월 발행
절판
전자책 없음



코넬 울리치는 운명에 관심이 많았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운, 운명, 죽음, 행운이 나온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도 대개 그렇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하더니, 몇몇 소설은 읽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 담배 Cigarette

죽음의 담배 러시안 룰렛. 독살하기 위헤 담배에 독극물을 주사해 놓았고, 이것을 피우는 사람은 죽게 되는 것이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아주 간단히 끝나버릴 일이었다. 일이 틀어지기 시작하자 담배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이동에 이동을 거듭한다. 마침내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작가가 평생 집착한 주제 운, 운명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소설이다. 숙명에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 동시상영 Double Feature

전형적인, 혹은 진부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한 편을 본 듯했다.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니라 영화를 봤다. 

현상 수배범을 영화관에서 발견한 경찰 이야기다. 이후 전개는 충실하게 적절한 기승전결로 나아가고 예정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쓸데없는 문장이 없이 이야기를 서술해서, 놀랐다.



:: 횡재 The Heavy Sugar

훔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설탕 통에 숨긴다. 도둑은 보석을 되찾으려고 하고, 우연히 보석을 손에 쥔 자는 갖고 도망치려고 하고, 경찰은 도둑과 보석을 잡으려고 한다.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총격전이 일어난다. 고생 끝에 주인공은 재치를 발휘해 보석을 경찰한테 전달한다.

초반부 카페테리아 묘사가 인상적이다. 워낙 글솜씨가 좋다.


:: 용기의 대가 Blue is for Bravery

'동시상영'처럼 경찰 이야기다. 경찰 드라마 한 편 본 느낌이다. 
  
강직한 경찰관이 뇌물을 거부하고 살인 혐의자를 신고한다. 그러자 그 살인범한테 아내가 납치를 당한다. 총격전 끝에 아내를 구한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데드라인을 설정해서 긴박하게 전개된다. 아내를 납치한 범인이 1시간을 주며 신고를 취소하라고 한다. 아내를 구하라!


:: 목숨을 걸어라 You Bet Your Life

독특한 이야기다. 내기인데, 특이하다. 평범한 사람이 돈 욕심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내기다.

일종의 실험. 고액 화폐를 정확히 둘로 자른다. 서로 전혀 모르는 두 사람한테 한 쪽씩 줍게 한다. 그리고 나머지 반쪽을 가진 사람을 알려준다. 나머지 반쪽 화폐를 얻기 위해 과연 살인을 할 것인가.

결말은 밤처럼 어둡고 블랙커피처럼 씁쓸하다. 시작할 때 이미 끝났다. 운명이니까.


::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Death in the Yoshiwara

미국 해군 수병이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 갑자기 한 백인 금발 여자가 경찰에 쫓기며 들어온다. 살인 누명을 썼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일단 도망을 도와준다. 여자의 사연을 들어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고 남자 본인도 호기심에 사건 현장으로 가서 조사를 한다. 이후 탐정 놀이 겸 액션 영화 찍는 듯한 장면이 전개된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비극을 품은, 해피엔딩?


:: 엔디코트의 딸 Endicott's Girl

경찰 서장이 살인 현장에서 딸의 흔적을 발견하고 어떻게든 없애거나 감추려고 한다. 코넬 울리치의 특징인데, 인물을 모호한 상황에서 불안에 떨게 한다. 과연 딸은 살인자인가? 작가가 왜 이렇게 이런 두려움을 그리는 데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본격 형사물을 기대하고 읽었다가 아니라서 실망했다.


:: 윌리엄 브라운 형사 Detective William Brown

완전히 대비되는 두 경찰 이야기다. 간신히 졸업하고 가까스로 경찰에 합격한 조 그릴리. 머리 좋고 실력 좋고 운도 좋아 승승장구하는 윌리엄 브라운.

선한 조는 악한 윌리엄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브라운 형사는 뇌물을 뜯어내고 경찰 승진을 위해 살인해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든다.

울리치답게 전형적인 형사물이 아니라 운명에 의해 마무리되는 식이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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