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09년 12월 발행

 


대실 해밋. 192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 미국 하드보일드 추리소설계의 대부. 유명하다.

해밋의 하드보일드는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고 정보다는 이익이 더 중요하다. 그가 작품을 쓸 당시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워낙 그랬다. 그렇게 살아야지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금주법, 갱들, 경제공황.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잘 반영하여 독특한 형태로 나타난 추리소설이 바로 하드보일드다. 하드보일드에 나오는 탐정은 총질과 주먹질을 아주 잘한다.

미국 1920년대는 펄프픽션의 전성 시대였다. 싼값의 대중 출판물이 쏟아져 나왔다. 대중소설의 수요과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드보일드'라는 전혀 새로운 추리소설은 바로 이 시기에 출판한 '블랙 마스크'라는 잡지에서 탄생했다. 물론 대쉴 해미트는 이 잡지에 '붉은 수확'을 연재 발표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실 해밋은 붉은 수확, 딘 가의 저주, 몰타의 매를 차례로 발표하여 '샘 스페이드'라는 사립 탐정의 독특한 개성을 창조했다. "새뮤얼 스페이드의 턱은 길고 뼈가 불거진 데다 끝 부분이 튀어나와서 V자 모양을 이룬다. 그 위에 자리 잡은 입 또한 그보다 유연하기는 해도 역시 V자 모양이다. 휘어진 두 개의 콧구멍도 작은 V자가 된다. 황회색 두 눈은 한일자 모양이다. V자는 매부리코 위쪽 두 개의 주름에서 뻗어 나간 숱 많은 눈썹에서 다시 한 번 반복되고, 연한 갈색 머리카락은 양쪽 관자놀이와 이마 위 한 지점을 뒤집힌 V 모양으로 연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는 유쾌한 금발의 악마 같은 인상이었다." 9p

인물 외모 묘사를 하면서 V라는 단어 표현을 무려 5번 사용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 쓰면서도 인상적이고 효과적인 문장을 쓰기란 쉽지 않다. 작법책에는 같은 단어나 같은 표현의 중복을 피하라고 한다.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다. 초보자는 원칙을 따르는 것이 맞다. 반면, 능숙자는 원칙을 알면서도 이를 위반하여 더 뛰어난 효과를 거둔다.

 



"그 사람은 철제 빔 사건 때문에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빔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빔이 떨어지지 않는 생활에 인생을 맞춘 거죠." 86p

7장 초반에 나오는 '플릿크래프트' 이야기는 묘한 느낌을 준다. 스페이드가 애써 이 이야기를 다짜고짜 오쇼네시한테 하는 이유는 뭘까? 전체 이야기에 대한 어떤 암시인가? 

옮긴이 고정아는 이를 이야기 끝의 복선으로 보고 있으며 실존적 통찰을 통해 기존 사회 관습을 거부하고 능동적으로 재구성한 삶에 대한 이야기이자 소설 집필 당시 별거 중이었던 아내 조스한테 하는 이야기로 해석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덧붙임 3'을 보라.

플릿크래프트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담과 상상력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사설탐정으로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갑자기 실종된 남편. 대실 해밋의 이야기꾼 실력은 단지 그런 이야기에 있지 않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버린다.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되려면 플릿크래프트는 빔 사건 이후 다른 삶을 살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그는 다시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부조리 결말이 나 버린 새드엔딩인데, 아주 기묘한 느낌을 전달한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빔처럼 이 이야기는 큰 이야기와는 별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넣은 걸 보면 뭔가 의미가 있을 법한데 아무리 살펴 봐도 없다. 그냥 독립된 이야기일 뿐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이나 이 이야기를 듣는 여자 캐릭터나 이 이야기에서 딱히 어떤 의미나 교훈을 찾지 못하거나 찾지 않는다.

 



주인공 스페이드는 사랑이나 정보다는 돈과 현실적인 이득에 따라 행동한다. 스페이드를 간단히 말하면 터프 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터프 가이와 다른 점은 현실적으로 냉혹하게 생각하여 판단할 때 여자와의 사랑이 자신에게 불리하면 가차없이 던져 버린다는 것이다.

다 읽으면 썩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도대체가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을 테니까. 그나마 거짓말 안 하고 누군가를 믿으려 하는 사람은 탐정의 비서인 에피 페린밖에 없다. 스페이드가 에피를 천사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다. 반면 브리지드 오쇼네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만 해대고 남을 이용하려고 든다.

작가는 실제로 탐정 생활을 했었다. 그러기에 1920년대 미국 사립 탐정의 모습을 현실에 매우 가깝게 묘사할 수 있었으리라.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새뮤얼 스페이드이고, 작가의 이름은 새뮤얼 대실 해밋이다. 이름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인공은 작가를 상당히 많이 닮았다.

# 덧붙임 1 전자책
전자책 초판에는 오탈자에 띄어쓰기 잘못에 구두점 오류까지 있어서 읽기 불편했으나, 2017년 1월 31일 2차 수정판이 나와서 많이 교정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있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2023년 9월 15일 4차 수정판에도 여전히 띄어쓰기 잘못이 첫 문단에 보인다. 위쪽두 -> 위쪽 두


# 덧붙임 2 영화
이 소설은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1941년 영화다. 워낙 유명하고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어서 DVD와 블루레이로 구해 볼 수 있다. 지루했다. 그리 추천하진 않는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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