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9
시태퍼드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양희 옮김/황금가지

헤이즐무어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장말희 옮김/해문출판사

The Sittaford Mystery 영국판 1931년 발표
The Murder at Hazelmoor 미국판 1931년 발표

제목이 달라서 다른 책으로 오인하기 쉬운데, 같은 책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그 제목이 미국판과 영국판이 다르게 나올 때가 있었다. 해문 번역본은 미국판을, 황금가지는 영국판을 번역했다. 내용은 똑같다. 제목만 다르다.

'시태퍼드 미스터리/ 해이즐무어 살인사건'은 크리스티 여사의 숨은 걸작으로 불린다. 상황 설정과 절묘한 트릭이 매력적이다. 폭설에 전화도 안 되는 외딴 시골 마을. 이 판국에 살인 예고까지. 발자국은 내리는 눈에 사라지는데...

강령회에 탈옥수에 개에 장화에, 단서와 수수께끼가 불꽃놀이처럼 터진다. 너무 많아서 복잡해 보이지만, 이야기 끝에 가면 단순하다. 이야기 시작에 귀신 불러다 살인을 예고하는 테이블 터닝은 용의자를 한정시켜준다. 강령회는 당연히 조작이고 이 모임에 참석한 이들 중에 범인이 있다. 살인이 예고되고 용의자가 몇 안 되는 설정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장기다. 범인은 그럭저럭 짐작이 되어도 그 수법을 맞추기는 어렵게 만드는, 기술력은 항상 경의롭다.

 

소거법으로, 절대로 범인일 수 없는 사람을 제거하면 범인은 도드라져 보인다. 문제는 그 방법인데, 너무 명백해서 안 보인다. 폭설 상황이 결정적 힌트다. 이렇게 말해 줘도 트릭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등잔 밑은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 보인다! 참으로 뒤늦게서야 우리 탐정들은 소거법을 생각해낸다.

이 작품의 발표 시기가 미스 마플이 처음 등장하는 '목사관의 살인' 이후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탐정 뺨치는 솜씨를 뽐내며 갖가지 술책으로 수사 정보를 얻어낸다. 각 인물들은 하나씩 비밀이 있다. 소설 분위기가 미스 마플 시리즈와 비슷하다.

이 소설은 시리즈로 등장하는 탐정이 아닌, 단 1회 출연 탐정이 나온다. 살인죄로 몰린 약혼자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에밀리 트레퍼시스다. 자신의 여성미를 이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부려먹고 머리를 써서 수사한다. 평강공주다. 내 남자는 내가 구한다. 내 남자는 내가 출세시킨다. 불굴의 여전사여!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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