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속의 고양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수경 엮음/황금가지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Cat Among the Pigeons (1959)
푸아로가 책의 중후반에서야 나온다. 독자로서는 추리소설에 사건 해결자인 탐정이 너무 늦게 등장하면 갑갑하다. 나름 이유가 있긴 하다. 다른 이가 사건 수사와 경과를 어느 정도 한 후에 푸아로가 개입하도록 한다.
메도우뱅크라는 고급 사립학교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게다가 이 학교를 다니던 공주가 실종된다. 유괴된 것으로 짐작된다. 용기와 지략이 있는 학생 줄리아가 보석을 발견하고 푸아로에게 가서 사건을 의뢰한다.
스파이, 보석, 권총, 살인, 유괴 혹은 실종, 다시 살인, 또 살인. 살인범은 교사들 중에 한 명이다.
실종하면 생각나는 트릭은? 아, 그 고전적 수법인 '연기의 신'이다. 이 사람들아, 무릎을 보라니까. 무릎! 여기에 학교에 잠복한 비밀요원까지 등장한다. 범인을 맞출 생각은 접는 것이 현명하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의심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러 사건과 여러 사람이 겹쳐 있어서, 혼란스러운 사건이다. 당신이 범인을 최대한 못 맞추게 쓴 소설이니까 일반적인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절대 진상을 알 수 없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 간결하고 단순한 트릭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읽고 나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기묘하고 복잡한 트릭을 쓴다.
제발, 당신이 보고 있는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식의 '연기의 신' 트릭과 살인범이 포함된 용의자들을 다 불러 모와서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는 '푸아로 피날레'는 그만했으면 싶다. 전자는 추리소설의 공정한 게임 규칙에 어긋나고 후자는 살인범을 흥분시키는 것은 탐정에게는 물론 같이 모인 무고한 사람들에게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에서도 살인자가 총을 쏜다. 지난 작품들 중에서는 푸아로가 살인범한테 멱살이 잡혀 죽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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