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어리석음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송경아 옮김/황금가지
나승덕 옮김/해문출판사
Dead Man's Folly (1956)
폴리는 소설에서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어리석음을, 다른 하나는 황금가지 번역본 표지에 보이는 건물을 뜻한다. 그리고 이 건물은 사건의 중요한 단서다. 건축가가 생뚱맞은 곳에 그런 콘크리트 건물을 지었다고 불평한다. 눈치 빠른 독자는 콘크리트 하면 떠오른 것이 있으리라. 아무리 둔감해도 그렇지, 제목에 '죽은 자'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올리버 부인이 등장해서 소설 분위기가 밝다. 인간 사과나무(?)로서 사과 알이 떨어뜨리며, 실용적인 전원 스타일 머리 모양을 선보이며, 여성적 직관으로 근거도 증거도 없이 살인자를 팍팍 찍는다.
올리버 부인은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서 탐정 놀이를 마련하는데, 시체 역할을 맡은 아이가 진짜로 살해당한다. 이 무고한 소녀를 누가 왜 죽인 것일까? 여기에 여인의 실종에 겹친다. 이어서 일어나는 살인.
추리소설이 정당한 게임이 아니다. 작가의 횡포에 독자는 당하는 것이 추리소설이다. 주어진 단서로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특히, '연기의 신' 트릭을 쓰는 작품에서는 마음 편하게 포기하고 작가가 뭐라고 말하나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이야기 시작 부분에 결정적 힌트를 아무런 강조점 없이 놓았는데, 이를 알아차렸다고 해도 범행 수법과 범인을 잡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들을 완벽하게 속이는 연기력이 발휘한다고 전제하는 순간부터 작가는 신처럼 천하무적이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 일방적 속임수다.
푸아로가 살인범을 지목하지만 블랜드 경위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실들이라고 푸아로가 나열하는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연기의 신'이라는데 어떻게 알아낼 수 있겠는가. 치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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