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듄 신장판 2 - 듄의 메시아
원제 : Dune Messiah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펴냄
2권 혹은 2부는 폴이 황제가 된 이후 서서히 몰락의 길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메시아의 이름으로 황제가 된 그는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되었으나 결국 유한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히틀러와 징기스칸을 예로 들면서 소위 평화 제국을 건설하려는 지도자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에 대해 상기시킨다. 신화와 종교의 포장을 쓴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것인지 고발한다.
육체의 욕망과 정신의 한계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제 꼬마에서 여자가 된 엘리아는 그 무서운 예지력과 능력을 지니고도 육체를 지닌 자신의 욕망에 굴복한다.
'골라'라는 복제 인간이 나온다. 분명히 그가 복제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다고 해도 사람은 과거의 기억에 종속되는 쉽기 때문에 그 인식을 배반한다. 복제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현실적인 모습에 대한 예언일까.
듄을 단순한 정치 드라마라고 한정시킬 수 없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때론 경멸적으로 때론 분석적으로 인류의 여러 문화(종교, 정치, 관습, 법-헌법 얘기도 나온다, 정신)을 말하는 작가의 어투에서, 그가 소설 이상을 쓰려고 했던 노력이 확연히 보인다.
이 소설가의 이야기를 이끄는 방법은 교묘하다. 모든 카드를 이미 다 보인 후에도 상대를 이긴다. 제국의 황제를 몰락시킬 골라 헤이트처럼,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지만 결코 그 진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2권 혹은 2부는 듄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폴과 그 아내 찬니가 죽고 그의 아들과 딸이 태어나는 것으로 마쳤다. 황제 폴의 고민은 난산으로 죽은 아내 찬니를 복제인간 골라로 부활시킬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예지의 환영이 보여준 대로 죽음을 택한다. 듄 제국은 폴의 아들과 딸이 태어남에 따라 이어진다. 그래서 3부는 '듄의 아이들'이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알지만 그 일을 변경할 수는 없기에 그렇다. 예언자는 결국 운명론자의 비극에 잠긴다. 폴은 자신의 아내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지만 어찌하지 못하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토록 복잡한 정치 음모를 꾸며낸, 작가의 플롯 설정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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