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1 [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 - 과학자 탐정
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추리가 깔끔하다. 나름 반전이 있어 나쁘진 않다. 다만, 추리가 단순해서 밍밍하다.
물리학과 조교수 '유가와'는 셜록 홈즈를 차용했다. 1장 타오르다'를 읽는 내내 '주홍색 연구'가 떠올랐다. 결정적 힌트가 붉은 실이다. 아서 코난 도일 선배님에 대한 존경의 표시인 듯하다. 셜록 홈즈의 현대 물리학 연구자 버전이다. 물리학자 유가와는 독단적인 홈즈와 달리, 독자 우호적인 분위기로 사건 수사를 진행한다.
2011.11.18
이번에 두 번째로 읽었다. 처음 읽은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에는 추리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이 없이 그냥 재미로 읽었다. 올해는 추리소설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면서 읽었다.
도서관에 가면 너덜너덜해진 책들이 보인다. 그만큼 대여를 많이 했다는 증거다. 추리소설 중에는 딱 세 저자가 그렇게 많은 국내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들. 어느 도서관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히기시노 게이고는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은 게 분명하다. 이 소설집 첫 단편에서 붉은 실이 언급되고 있는 것과 탐정이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것은 셜록 홈즈의 영향이다. 나름 유머 감각을 지니면서 당장에 답을 주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뭔가 알아낸 표정을 짓고는 나중에서 진상을 밝히는 식은 푸아로처럼 보인다.
게이고는 대학 전공이 전기공학이고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했었다. 이 소설집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잘 활용해서 쓴 '과학 미스터리'다.
총 다섯 편이 있는데, 제목은 죄다 물리 현상을 대변한다. 타오르다. 옮겨 붙다. 썩다. 폭발하다. 이탈하다. 마지막 편 '이탈하다'는 유체 이탈이라는 신비한 현상을 다루는데 알고 보니 과학으로 해명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식이다. 초반의 초자연적인 현상이 천재 물리학자 탐정 '유가와'의 검증을 거쳐 흔한 자연현상으로 밝혀진다.
과학자 탐정은 범인을 잡는 데는 관심이 없다. 유가와 탐정은 정통 추리소설에 중시하는 세 가지를 무시한다. 범죄의 동기, 수단, 기회. 용의자에 대한 감정도 별로 없다. 그의 관심은 불가사리한 현상을 과학의 힘으로 이해가 가능한 현상으로 증명하는 데에 있다. '이탈하다'편을 보면 범인이 잡혔어도 여전히 이상한 현상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실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통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한테는 이런 식은 시시하고 뭔가 빠진 듯한 인상을 준다. 누가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추리해 보는 재미가 적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후속작들 중에는 아예 범인이 누군지 알려준 후에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셜록 홈즈와 푸아로의 전통을 모두 잇고 있다! 관찰을 통해 사실을 추리해서 깜짝 놀래키거나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아이를 멀리하는 걸 보면 홈즈가 떠오르고, 결정적 증거나 단서를 발견하고서도 아직 가설 단계니까 말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 이야기 끝에 가서야 실험으로 증명해 보이고 사람의 심리적 감정적 일치도 중시하는 걸 보면 푸아로처럼 보인다.
오랜만에 다시 읽고 가장 놀란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체다. 이건 간결하다 못해 뼈만 있다. 문장이 왜 이렇게 짧고도 간결한지 기가 찰 정도다. 장광설 제로다.
201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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