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2 [예지몽] 히가시노 게이고 - 과학으로 추리한다

예지몽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시리즈 1편 '탐정 갈릴레오'는 과학 트릭이 중심이었고 시리즈 2편 '예지몽'은 신비스러운 현상을 다룬다. 일명 괴짜 갈릴레오라 불리는 유가와 마나부 물리학과 교수의 추리로 기이한 현상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밝혀진다.

단편집 '예지몽'은 전 단편집 '탐정 갈릴레오'에 비해 과학적 트릭이 줄어들었다. 첫 단편 '꿈에서 본 소녀'에는 아예 과학 지식이 등장하지 않고 두 번째 단편 '영을 보다'는 고작 하나가 등장하는데 그것도 가전 제품 관련 과학 상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수께끼를 풀려면 물리학 지식이 상당 수준이어야 한다. 일반인은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를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기에 그렇다고 여긴다. 심령 현상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믿는다. 살인범은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범죄 사실을 숨긴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함정을 파는 꼴이다. 신비로운 현상을 악용하면, 그 점을 역추적하면 진상이 밝혀진다.

자신의 사랑이라고 예언한 여자가 나타나고, 귀신이 보이고, 방 안이 영혼의 떠드는 소리에 흔들리고, 불덩이가 날아오르고, 예지몽을 꾼다. 허나, 결국 그런 현상은 거짓임이 밝혀진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보여주는 범죄는 잔인하고 교활하기보다는 다분히 인간적인 결함 때문에 나온다. 주인공 유가와는 '그녀의 알라바이'에서 범죄 사연이 안타까우면 애써 범죄를 응징하여 정의를 실현할 마음이 없다. '떠드는 영혼' 편에서는 유령 따위는 믿지 않지만 사람들이 권선징악의 귀신 이야기를 믿고 싶어하는 것에 반대하진 않는다. 작가는 마지막 편 '예지몽'에 슬며시 만족스러운 웃음이 나오는 마무리까지 해 놓았다.

 



살인 동기는 크게 셋이다. 1. 애증(격렬한 감정이어야 한다.) 2. 돈(극심할 지경이어야 한다.) 3. 지난 죄 은닉(불륜, 뺑소니, 자살, 살인, 협박, 기타 등등. 죄를 감추기 위해 살인한다. 연쇄살인은 그래서 필연이다.) 이번 단편집은 주로 3번이 나온다.

이야기로서의 살인과 실제 살인은 다르다. 현실에서 죽음은 부조리와 우연이 대부분이다. 살인 자체가 드물다. 대개의 죽음이 사고사나 병사다. 그래서 치밀한 계획과 완벽한 트릭으로 무장한 살인/자살/죽음은 픽션의 느낌을 준다.

덧붙임 1. 2009년 4월 27일 3쇄로 읽었다. 1쇄 찍은 것이 4월 1일이다. 27일만에 3쇄가 나올 정도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란 참 대단하다.

덧붙임 2. 191쪽 오른쪽 구석에 5장 제목을 '미래를 아는 아이'로 적어 놓았다. 다른 쪽에는 모두 '예지몽'으로 해놓았다. 처음 편집본은 제목을 '예지몽'이 아니라 '미래를 아는 아이'로 했으리라 추리할 수 있다. 편집자의 최종 결정은 '예지몽'이었다. 잘한 결정이다. '미래를 아는 아이'라는 제목은 추리소설보다는 동화나 과학소설에 어울린다.

Posted by loveg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