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5 [갈릴레오의 고뇌] 히가시노 게이고 - 더 정교해진 트릭
갈릴레오의 고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탐정(스스로는 탐정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과학자라고 여긴다.) 갈릴레오(이건 별명이고 본명은 유가와)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유가와는 더는 익명 속에서 숨어 있기 어려워졌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입소문이 난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얼굴을 들러내고 말았다.
범인이 누군이지 관심은 없고 오로지 수수께끼 현상을 실험으로 추리로 일반 자연현상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는 데 몰입만 할 수 없게 되었다. 살인범을 찾으려면 인간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한다. 유가와 스스로 이를 인정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수수께끼를 풀려면 역시 인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거야." 206쪽
시리즈가 5권까지 왔지만 글 쓰는 스타일은 그대로다. 단편집에 수록하는 단편 수는 어김없이 이번에도 5편이고, 각 단편소설의 제목도 참 멋없고 간단하게 지었다. 떨어지다. 조준하다. 잠그다. 가리키다. 교란하다.
주인공 유가와가 인간적인 면을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겠다. '가리키다' 편에서 다우징 소녀의 환상을 깨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개는 실험을 통해 산산조각내는 편이다. 왜 그랬을까? "과학은 신비로운 것을 무작정 부정하는지 않아. 그 아이는 진자를 가지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거야. (중간 생략) 자신의 양심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도구가 있다니 얼마나 행복하겠어. 그건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290쪽
미스터리가 예전에 비해 더 복잡하고 더 정교하다. 악마의 손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교란하다' 편은 그동안 다소 심심했던 이야기에서 한층 나아졌다. 그래도 다른 미스터리 소설에 비하면 정말이지 간결하다. 수수께끼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주인공은 여전히 범인의 범행 동기엔 별 관심이 없다. "늘 하는 말이지만 난 범인의 동기에는 관심이 없어." 386쪽
과학자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말을 하는데, 과학자의 순결함에 대한 얘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 년 이상 걸려 만들어 낸 이론이었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큰 잘못이 발견됐죠. (중간 생략) 그 순결함에 나는 감탄했어. 대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막다른 골목길에 멈춰 서서 어쩔 줄 몰라들 하지. (중간 생략) 자네는 달랐네. 모노폴 연구의 꿈을 산뜻하게 버리고 거기서 얻은 경험을 다른 분야에서 살리려 했지." 112쪽.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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