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3
용의자 X의 헌신 容疑者Xの獻身 (2005년)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 2006년

추리소설 맞아? 뒤집어진 추리소설이다. 어떻게 하면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할 수 있을까? 설정은 신선했는데, 결말은 진부했다. 공격은 탐정(물리학자)과 형사가 하고, 방어는 용의자(수학자)와 모녀(살인자)가 한다. 범인을 알아버리면, 추리소설은 맥이 빠져버린다. 더 읽을 이유를 상실한다. 아예 이야기 시작에 범인은 물론이고 범행과정까지 보여준다. 아이고, 어쩌려고 이런 무모한 짓을? 헌신적 사랑을 위해?

사람들이 이 소설 재미있다고 얘기하고, 또한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가 엄청 잘 쓴 소설은 쳐다도 안 보다가 이 소설에 문학상까지 얹어준 이유는 뭘까? 제목에서 이미 결론이 나왔듯,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로 눈물 짜면서들 읽었겠지.

멜로드라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있다. 우리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나더라. 이 소설은 폭력을 쓰는 남편의 학대를 이기지도 못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흔해 빠진 얘기라고?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더라. 물론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일은 거의 안 일어나지만. 게다가 그 결말은 이야기를 위한 결말 같다.

제시하는 문제는 흥미로웠다. "자신이 생각해서 답을 내는 것과, 남에게 들은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확인하는 것 중에 어느 게 더 간단한가." 339~340쪽 "그가 제시한 해답 말고는 절대로 다른 답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해답이 유일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 340쪽 선입견을 깨고 진실을 찾으려면 머리를 써서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게 귀찮다. 그럴 듯한 답이 보이면 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감동 포인트는 맹목적 헌신이라기보다는 논리적 신념이다. 이는 비정상이다. "잘 되지 않을 때는 체념을 한단 말이지. 그것이 보통의 인간이 하는 행동이라고. 최후까지 지켜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342쪽

이시가미는 초인이다. 

2012.09.13

촘촘하게 사건을 전개해서 보여준다. 이야기의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살인을 은닉하기 위한, 치열한 논리 구성력을 읽고 있으면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

대결 구도를 만들면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탐정 갈릴레오의 적수가 될 만큼 천재적이면서도 끈질긴 수학자를 적수로 배치해서 읽는 내내 재미있다.

1인칭으로 쓰여진 소설은 아니지만, 이시가마의 독백을 들려주는데 마치 1인칭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는 듯했다. 완전히 타버린 남자지만 그래도 뭔가를 간절히 바라고 누군가를 반드시 구하려는 의지가 있다. 하지만 낭만적인 사랑이나 장밋빛 희망 따위는 없다. 우직하게 치열하게 자기 구원이라고 믿는 행위를 위해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2014.07.11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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