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비구역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The Last Precinct (2000년)

스카페타 시리즈는 각 편이 대체로 독립적이다. 그런데 이번 11편 '마지막 경비구역'은 예외다. '늑대 인간 삼부작'의 중간 이야기로 지난 10편과 다음 12편을 잇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9편 '카인의 딸'의 악당 캐리 크레센 사건의 숨은 진실이 밝혀지고, 죽은 벤턴이 남기 수수께끼 같은 비밀 파일을 발견한다. 따라서 지난 시리즈의 전편들을 안 읽는 독자는 이 책이 당혹스럽고, 읽은 지 오래되었다면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읽기가 만만치 않으리라.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판된 스카페타 시리즈 중에 분량이 가장 많다. 읽기가 무척 지루했다. 제이 톨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을 위해 이렇게 많은 내용이 필요했나. 늑대 인간 시리즈 최종편인 다음 12편도 분량이 많아 600쪽이 넘는다. 역시나 이번 편도 스카페타 시리즈답게 예전 편처럼 결말이 싱겁다. 범인은 굳이 주인공에게 찾아가 애써 자기 정체를 밝히고 박사를 죽이려 한다.

분량이 늘어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지난 사건 이야기를 회상하여 다시 반복하여 더 자세히 더 세세히 풀어간다. 둘째, 현재 진행 중인 사건과 지난 여러 사건이 겹친다. 셋째, 곁다리로 핵심 사건 이야기에서 벗어나 등장인물들의 사적인 옛날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추억담은 괜찮다. 하지만 주인공의 담당 정신과 의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애써 할 필요가 있나. 시리즈 4인방 중 벤턴이 없으니까 그 자리를 이 의사가 채우며 벤턴의 비밀을 밝힌 단서를 알려준다.

11편 '마지막 경비구역'은 시리즈의 전환점이다. 이제 시리즈 3인방은 조직을 떠나 사설 경비 회사 '마지막 경비 구역'을 세우고 일할 작정이다. 케이는 주지사에게 법의국장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했고, 루시는 ATF의 부당한 정직 처분에 사실상 요원을 그만두려 한다. 여러 살인 사건을 겪으면서 등장인물들이 조직 권력에 수사를 방해당하고 사생활이 침해당하며 목숨의 위험과 갖은 협박에 시달린다. 억울하게도, 스카페타는 살인범으로까지 몰린다.

DNA 트릭은 지난 편에서 워낙 많이 봐서 이번에는 놀랍지 않았다. 놀라야 하는데 놀라지 못한 것은 이미 익숙해서 어쩔 수 없는 '추리소설'의 숙명이다.

마리노 아저씨는 여전하시다. 다만, 그의 아들 로키가 악당 편의 변호사로 등장해서 '쓸데없이' 놀랐다. 아내와는 이혼했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자식 교육 제대로 못해서 기껏 나쁜 놈들 부하 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외로운 사나이 마리노에게 남은 한 사람, 오직 한 사람, 순정을 바치는 그 사람, 스카페타가 국장 일 그만둔다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시겠단다.

스카페타 시리즈는 마리노 때문에 읽는다. 의리의 사나이!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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