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니가 알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노마드북스 펴냄


예전에 나온 [라라피포]를 새 제목과 표지를 써서 재출간한 겁니다. '내 인생, 니가 알아?' 모르죠. '라라피포'가 더 나은 듯. 무슨 뜻인가 호기심이 생기잖아요. 어 랏 오브 피플(a lot of people)을 빠르게 발음한 걸 알면 김새지만요. 뜻을 살려 '많은 사람들'이란 제목은 평범하군요.

이라부 시리즈와 달라서 당황했습니다. 분위기가 어두워요. 첫 등장인물은 가난하고 외롭고 자존심 센 프리랜서 작가 스기야마 히로시입니다. 뒤에 이어지는 인물들도 비슷해요. 부자라서 별 걱정이 없고 어린아이처럼 태평한 이라부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죠.

그만 읽을까 싶다가 조금 참고 읽으니, 역시나 오쿠다 히데오답게 둥글게 살라는 말씀을 하시네요. 하여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받아 먹듯 주욱 읽어 나아갔습니다. 배고프면 어쩔 수 없으니, 일단 라면이라도 먹어 끼니를 때우듯 그렇게요.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외로운 마음을 안다 알어 내가 안다 말하면서 알아주는 목소리.

소설 구성은 이라부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주인공이 딱히 하나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단편 이야기 묶음이란 점에서 비슷해요. 그들이 주르륵 엮인다는 점에서 다르죠. 나 주인공 하고 등장했다가 자기 이야기가 끝나면 뒤로 빠지면서 엑스트라로 출연합니다. 그렇게 빙그르르 돕니다. 시작점으로 다시 되돌아 갑니다. 이어달리기처럼요.

이 소설은 이라부 이치로 대신에 다마키 사유리가 말합니다. "서로가 이성적인 타입은 아니겠지만 혼자 살기에 인생은 너무 외롭잖아.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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