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오쿠다 히데오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 난다. 만화책에서 튀어 나온 듯한 인물. 간결한 문체. 현대 사회 비판.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정이 가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위험한 소재인 무정부주의자를 택해도, 이야기는 경쾌하다. 인물이 명랑하고 발랄하다.

초등학생 소년과 무정부주의자 운동권 아버지 이야기다. 괴짜 의사 이라부의 먹보 성격을 소년에게, 거대한 체격을 아버지에게 분할시켰다.

초등학교 6학년 지로. 그 나이 또래의 소년들 일상이 아득한 추억의 물결처럼 펼쳐진다. 만화책에 대한 몰입. 돈 뺏으며 괴롭히는 중학생. 몽정. 생일 파티. 가출. 이성에 대한 호기심. 여자 선생님에 대한 호감. 우정. 학업 걱정. 여자 목욕탕 훔쳐보기. 서서히 세상의 부조리를 깨닫기 시작한다.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 한때 유명했던 운동권 조직 간부. 무정부주의자다. 정부는 물론이고 공산주의 혁명을 외치는 집단에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먹고 놀기만 하는 것 같지만 사회 부조리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적한다. 소설을 쓴다. 호탕한 성격.

소설가는 비판의 목소리를 권투의 잽처럼 재빨리 치고 빠진다. 앗 놀랐다가 다시 헤헤. 날카로운 문장 하나가 툭 튀어 나왔다가 어느새 사라진다. 이런 식이다.

"집단은 어차피 집단이라고. 부르주아지도 프롤레타리아도 집단이 되면 다 똑같아.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못 지켜서 안달이 나지!"(327쪽)

"그런 걸 자꾸 사들이는 건 인류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그야말로 극히 최근의 일이야. 대부분은 자급자족으로 꾸려왔지." "하지만 지금은 원시시대가 아니야. 다들 돈으로 물건을 사면서 생활하는데, 뭐." "지로, 프로레스링 한 판 할까?"(343쪽)

"인간이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자신이 안전할 때뿐이다."(348쪽)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건 어딘가 유쾌한 일이었다."(376쪽)

복선과 의문을 조금씩 남기면서 전개했다. 그럼에도 다음 사건으로 뭐가 일어날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인물의 매력에 빠져서 읽는 것이니까. 책을 못 덮게 하는 것은 인물이다. 이야기가 아니다.

1권까지 이야기는 도쿄를 떠나 남쪽 섬으로 출발 직전까지의 과정이다. 2권에서 우에하라 식구들이 외딴 섬에서 잘 살려나. 히데오의 소설이 그렇듯 잘 살겠지 뭐. 걱정 뚝. 웃어야지, 어여.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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