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2002년
Ten Little Niggers (1939) 영국판
And Then There Were None (1940) 미국판

추리소설의 재미는 무엇일까? 그 모범 정답을 제시한 작가가 크리스티다.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한정시킨 후 긴장을 높인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제목처럼 등장인물이 모조리 죽는다. 그 당혹스러움의 끝에서 작가는 자신의 트릭을 소개한다. 미스터리는 독자와의 머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이 소설이 그 모범이다.

열 명이 섬으로 모인다. 죽음으로의 초대,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그들의 죄를 아는 자가 놓은 덫이었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한 사람이 죽는다. 이어서 한 사람씩 누군가에 의해 죽는다. 범인은 섬에 모인 열 명 중에 한 명이다. 그럼에도 범인이 누군지 알 길이 없다. 마침내 모두 죽는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에필로그인 자백서를 읽고서야 수수께끼 살인극의 정체가 드러난다.

미스터리 고전이다. 한 사람이 죽거나 사라질 때마다 인디언/병정 인형이 하나씩 사라진다. 고립된 장소인 섬에서 한 명씩 죽어가면서 범인을 좁혀간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이 플롯을 가져다 썼다. 

이 소설은 여전히 신선하다. 고전은 그 독창성을 꾸준히 유지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중에 인기 최고다.

아무래도 이 옛날 소설은 오늘날 수준에서 보면 유치하고 엉성해 보인다. 플롯은 작위적이며 문장은 조악하고 인물은 평면적이다. 이 소설을 읽는 관점은 추리소설 구성력에 맞춰야 할 것이다. 한 명씩 죽어가고 범인은 분명히 살아남은 사람들 중 한 명인데 모두 죽은 후에도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알 수 없다.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인형을 그대로 두지? 나 같으면 모조리 부셔 버리겠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등장인물들이라 그런지 이야기 플롯을 잘 따라 움직인다. 마지막 인물의 자살도 그렇다. 나 같으면 절대로 자살하지 않는다. 작위적이지만 자살해야 이야기가 완성되니까 넘어간다.

어떤 이들은 이 소설을 애거서 크리스티의 별종으로 취급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여사님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동요를 차용하는 것과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자를 응징한다는 설정은 이미 다른 소설에서 많이 했다. 인물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다.

2014.08.01

전자책 구판 표지

전자책으로 다시 읽었다.

범인과 수법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기에, 처음 읽었을 때의 재미와 당혹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추리소설을 두 번 이상 읽는 사람은 대체로 독자가 아니라 추리소설을 쓰려는 사람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문장은 빼어난 미문은 아니지만 인물 심리 묘사와 범죄 트릭은 탁월하다. 추리소설 독자가 읽고자 하는 것은 좋은 문장이 아니라 멋진 범죄 수수께끼다. 애 여사는 트릭의 대가였다.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자들을 섬에 불러 모아서 한 사람씩 죽인다. 이 설정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그대로 혹은 변형해서 재현되고 있다. 미국영화 '쏘우' 시리즈, 일본영화 '케이조쿠', 미국드라마 '퍼슨스 언노운'.

2022.06.04

황금가지 전자책이 2024년 11월 15일 업데이트되었다. 표지가 바뀐 것은 알겠는데 본문에서 뭐가 바뀐 건지는 알 수 없다.

전자책 2024년 업데이트 표지

오탈자 발견. 제2장 자장가 앞에 '이'.

참고로, 종이책에는 이 오탈자가 없다.

2025.01.01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클로즈드 서클의 원조다. 섬 같은 고립된 곳에 사람들이 갇히고 이들 중에 살인범이 있으며 한 명씩 죽어나간다. 갇힌 곳에서 우리들 중에 범인이, 그것도 살인범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긴장감이 높다.

유키 하루오의 '십계'가 이 작품의 설계를 따라해서 만든 최신작이다. 고립된 섬에 있지만 시대에 맞게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가능하고 인터넷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배를 불러 섬에서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못하는 이유는 십계라는 조건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안 지키면 전원 사망이라서 지킬 수밖에 없다. 이런 변형이 있어서 역클로즈드 서클물이라고 부른다.

최신 업데이트된 전자책으로 다시 읽어 봤다.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과 어리둥절함은 하나도 없었다. 장르 특성상 수수께끼의 답을 알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세세하게 다 기억하지는 못해서 또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2025.01.02

1판 11쇄 2018년. 

병정이 아니라 검둥이로, 병정 섬이 아니라 니거 섬으로 나온다.

검둥이/니거 → 인디언 → 병정. 이렇게 바뀐 것으로 안다. 전자책 최신판 2024년에는 병정으로 나온다.

81쪽 위에서 6번째 줄 오탈자 유산를 → 유산을. 참고로 전자책에는 이 오탈자가 없다.

제3장에 레코드 제목이 '백조의 노래'라고 나와서 뭔가 싶어 찾아 봤더니, 슈베르트의 노래 모음집이다. 14곡 중 4번째곡 '세레나데'가 유명하다. 들어 보니, 귀에 익숙하다. 유명 클래식 곡이 대개들 이렇다. 이미 여러 번 들어 익숙하지만 제목을 모른다.

2025.2.17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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