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문예춘추사 펴냄
총 12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모음집이다. 홈즈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나서 작가와 독자한테 자주 꼽히는 작품은 여기에 있다. 영어 학습용 편집본이나 베스트 선집에 자주 보이는 작품은 이 책에 있으리라. 추천작은 '보헤미아의 스캔들'과 '빨강머리 연맹'이다.
홈즈는 아무리 매력적인 여자가 나타나도 이성적으로 대하고 결혼이나 연애에 관심이 없다. 예외가 있었으니, 아이린 애들러다. 단편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그는 특별히 '그 여성'이라 부른다. 미국 출신의 여자 가수인데 미인인데다가 머리 쓰는 면에서 홈즈보다 한 수 위다. 어찌나 이 여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건 해결에 대한 대가로 '에메랄드 반지' 대신에 '아아린의 사진'을 택한다.
'빨강머리 연맹'은 최우수작이다.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 급료를 이상하리 만큼 많이 주는데 조건은 단 하나다. 머리카락이 빨간 색이어야 한다. 새빨간 머리를 한 전당포 주인은 마침 돈벌이가 시원치 않는 탓에 이 일자리에 지원해서 취직한다. 근무시간은 열 시부터 두 시까지다. 하는 일이라고는 백과사전을 옮겨 쓰는 게 전부다. 8주가 지나 이제 B로 넘어가지 직전에 갑작스레 연맹은 해산을 선언하고 사라진다. 이 별난 일의 그 이면에는 왕실 혈통 고학력 범죄자, 존 클레이의 기발한 음모가 있다.
그 외 미스터리는 평범하거나 실망스러웠다. 1인 2역 트릭을 두 번이나 쓰다니, 심했다. 작품 한 편에서 하나 선보인다면 괜찮지만 또 다른 소설에서 또 써먹는다. 역사소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서 '다섯 개의 오렌지 씨'에서 미국 남북전쟁사에 KKK까지 등장한다.
'푸른 카번클'은 보석 삼킨 거위라는 진부한 내용이지만 모자 추리는 나름 재미있다. '얼룩 끈'은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면 허무하지만 특유의 공포소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은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고.
문학 지식이 전무했던 홈즈는 이 소설집에서 전문가 수준이다. 포켓판 페트라르카 시집을 읽고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즈를 인용하며 영국 소설가 조지 메레디스를 이야기하자고 왓슨에게 제안한다. 심지어 소로까지 언급한다. 이 정도면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두루두루 섭렵한 셈이다. 작가 코난 도일의 독서 수준이 가히 수퍼맨 급이다.
홈즈는 뛰어난 변장술과 연기력을 선보이는데, 배우 뺨 치는 솜씨다. 술 취해 보이는 마부, 마음씨 좋아 보이는 신부로 변신해 왓슨을 놀라게 한다.
살인이 없으면서도 유쾌하고 즐거운 범죄소설이 이처럼 나름 재미와 긴장감이 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열두 편의 사건 중 살인은 단 한 건이다. 그리고 대부분 법으로 처벌하기 어렵거나 처벌하지 않는 편이 좋은 일이다.
사립탐정은 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만 수사에 나설 수 있는 경찰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적 영역, 집안 싸움이나 부부 갈등, 결혼 문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등은 공공의 질서에 명백하고도 중요하게 위반될 때야 경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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