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문예춘추사 펴냄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총 8편이다. 단편집 중에는 가장 분량이 적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책 제목과 같은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다. 셜혹 홈즈 시리즈의 사건 연대기 순으로 보면 마지막 사건이다. 사건 기록을 왓슨이 서술하는 방식인 1인칭이 아니다. 작가 전지적 관점 3인칭 소설이다. 미스터리가 아니라 스파이물이다.

홈즈는 국가의 부름으로 은퇴 생활을 포기하고 스파이 노릇을 한다. 시대 배경이 제1차 세계 대전이다. 소설 시작에 "세계 역사상 가장 끔직한 8월"이라고 썼다. 중간에 확실하게 나온다. "단어는 '8월'이었고 숫자는 '1914'였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죠." 독일 스파이를 체포한다는 내용이다. '양봉 실용서' 나올 때 눈치 챘다만. 소설 끝에 500파운드 수표를 빨리 현금으로 바꿔야겠다며 농담을 가장한 진담 한마디가 붙었다.

셜록 홈즈는 대영제국에 무조건 충성하는 애국자가 아니다. 돈 받을 건 꼬박꼬박 챙긴다. 정의의 수호자도 아니며 준법정신이 투철하지도 않다. 영장도 없는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마구 들쑤신다. '악마의 발'에서 사람 죽인 범인이 사랑의 복수라며 자백하니까 놔 준다.

'악마의 발'에서 주인공이 호기심이 많아 실험 정신이 강한 건 인정한다만, 독가스 나오는지 알아내겠다며 자기 자신과 왓슨을 기꺼이 실험 대상으로 삼는 건 바보짓 아닌가. 웃자고 넣은 장면일까.

'소포 상자'는 사람 귀를 잘라 소포로 보내는 내용이 나오는데, 사건 뒤의 사연은 불륜 간통이다. 셜록 홈즈 전집 사서 자녀와 함께 오손도손 읽겠다면 말리고 싶다. 아동판 셜록 홈즈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소포 상자'는 선정성 때문에 발표 당시 비난이 심해서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싣지 못하고 원고량이 부족한 이 모음집에 와서 수록했다. 이 때문에 소설 시작 부분이 전 단편집의 수록작 '입원 환자'와 거의 같다.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에 애정이 없었고 대충 빨리 써서 돈 받기 급급했다.

'레드 서클'의 불빛 신호는 어설프다. 20번이나 깜빡이라고? 그게 가능해?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 실종 사건'에 관 속임수가 나오고, '등나무 저택'에는 부두교가 나온다.

'브루스파팅턴 호의 설계도'에서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재등장한다. 국가 기밀 잠수함 설계도 도난 사건을 의뢰받는다. 마이크로프트가 정부에서 하는 일이 독특하다. 분리된 정보를 모아 새로운 정보를 만든다.

재치만점의 '죽어 가는 탐정'에서 함정 수사로 범인을 잡는다. 범인이 오게 해서 자백하게 하는 기발함과 며칠을 굶어서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력이 돋보인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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