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회상록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문예춘추사 펴냄
'셜록 홈즈의 회상록'은 단편소설 11편을 묶은 모음집이다.
코난 도일은 추리소설을 진지하게 여기진 않았던 듯하다. 홈즈는 범죄 수사에 뛰어난 능력이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단편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문'의 시작 부분을 보자. "담배를 석탄 그릇에 넣거나, 페르시아 슬리퍼 코에 담배를 끼워 넣거나, 아직 답장을 하지 않은 편지를 목조 난로 선반 가운데에 잭나이프로 꽂아 두는 홈즈."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헤어트리거와 100발짜리 총알을 꺼내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맞은편 벽에 VR이라는 애국적 문자를 총알 자국으로 장식." 익살스럽다.
작가는 셜록 홈즈를 증오했다. 홈즈 시리즈 때문에 자신의 사명이라 여긴 역사소설 쓸 시간이 없어졌다. 게다가 강연할 때 주제와 관련도 없음에도 추리소설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이 있었다. 짜증이 있는 대로 났다. 잡지에 단편으로 연재하면서 어떻게 이 녀석을 사라지게 할까 궁리한다. 도일은 스위스 여행 도중 거대한 폭포를 만난다. 이거야! 악당 하나를 급조해서 홈즈랑 싸우게 하고는 폭포의 물줄기 아래로 떨어지게 한다. 연재물의 즉흥성이랄까. 어색하다. 서둘러 주인공을 제거하려다 보니 자연스럽지 못하다.
홈즈 시리즈는 장편 2편과 단편 23편으로 끝날 수 있었으나 돈 때문에 부활한다. 작가가 돈 안 되는 일인 심령 현상 연구에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가장 이성적인 캐릭터를 묘사해 번 돈으로 가장 비이성적인 '죽은자와 교류' 증명에 몰두하다니. 이런 모순이라니.
이 책에는 두 사람이 새롭게 등장한다.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와 홈즈의 적 모리아티.
단편 '그리스어 통역사'에 등장한, 마이크로로프트는 홈즈보다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나지만 홈즈처럼 증명하고 뽐내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정부 회계 검사 일을 한다. 사교성이 없는 사람들의 모임인 '디오게네스 클럽'에 다닌다. 이 클럽의 규칙 : 조금이라도 다른 회원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대화 금지. 세 번 위반시 제명 처분.
범죄 집단 우두머리 모리아티는 '마지막 사건'에 처음 등장했다. 수학적인 재능이 뛰어난 교수 출신의 군대 교관이다. 자신이 직접 범죄에 가담하지 않고 범죄의 계획을 대신 짜주는 인간이다. 범죄 자문가? 홈즈는 모리아티의 대리인들한테 공격을 받다가 마침내 모리아티를 끌어 안고 폭포 속으로 사라진다. 창조자의 짜증 때문에 홈즈는 사실상 유서인 편지를 왓슨에게 '또박또박 깨끗한 글씨'로 남긴다.
암호 해독은 추리 소설의 즐거움이다. '글로리아 스콧'에서 간단한 암호문을 제시하더니,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문'에서는 본격적인 보물 찾기에 나선다.
이 단편집에서도 여전히 홈즈의 비상한 추리력을 묘사하고 있다. 담배 파이프 추리와 감기 추리를 그냥 그러려니 싶어도 필적을 보고 혈연관계를 밝히는 것은 의심스럽다. 정말 가능한가? 허풍이다 싶다.
'노란 얼굴'은 푸아로 단편 '초콜릿 상자'의 끝마무리와 유사하다. 추리 실패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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