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바스커빌 가문의 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남명성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

셜록 홈즈 시리즈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다섯 번째 책이다.

소설 시작에서 홈즈와 왓슨이 손님 놓고간 지팡이를 보고 경쟁적으로 추리한다. 둘다 비슷하게는 맞췄고 정확히 말해서는 빗나갔다.

바스커빌 가문에 전설로 전해내려오는 사냥개 이야기가 실제로 재현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야에 저주받은 개와 도망친 살인자를 병치해 놓는데, 왜 쓸데없이 저러나 싶더니, 행복한 결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장치였다. 사건 전개 내내 홈즈는 현장에 보이지 않고 왓슨의 편지와 일기가 번갈아 사건 진행을 알린다. 홈즈가 왜 그랬는지는 끝에서 설명한다.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범인이 누구일까 점찍어 보고 수수께끼를 풀어 보게 된다. 수학 문제집처럼 탐정의 해답 및 해설은 책 맨 뒤에 있다. 가장 의심이 안 간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을 찍었는데, 맞았다.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를 놀라게 해야 한다. 따라서 독자가 가장 아니라고 믿는 인물을 범인으로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바스커빌가의 개'는 공포소설 반, 추리소설 반이다. 집 주변에 무서운 개가 있다는 분위기를 표현하느라 절반 이상의 분량을 먹어치운다. 배경이 전경을 압도할 지경이라 미스터리보다 더 인상에 남아 버렸다. 범인의 범행은 전설에 맞추느라 자연스럽지 못하다. 끝마무리도 은근슬적 우물주물 하며 넘어간다.

도일은 원래 이 소설을 셜록 홈즈가 나오지 않는 형식으로 구상했으나 셜록 홈즈가 출연하는 식으로 바꾼다. 그래서 1000단어에 50파운드에서 1000단어에 100파운드로 잡지 연재 원고료를 올린다. 폭포에 빠져 죽은 셜록 홈즈의 부활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독자들은 이 작품이 비록 부활은 아니지만 열렬히 환영했다. 잡지 발행 부수는 기존 18만 부에서 30만 부로 치솟는다.

이 소설은 후대 탐정소설가한테 영향을 미친다. 초상화에서 가족 유사성을 알아차린다는 것과 탈옥수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그대로 반복된다. 특히, 전설 혹은 괴담을 악용하는 범죄는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서 많이 반복된다.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문의 개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바스커빌가의 개 - 번역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문예춘추사
바스커빌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조영학 옮김/열린책들

번역 얘기를 덧붙인다.

남명성의 '주홍색 연구' 번역이 만족스러워서 '바스커빌 가문의 개'도 좋을 거라 짐작했는데 좋지 못했다. 같은 번역자 맞나 싶을 정도로 성의가 없다. 지팡이 이름인 penang lawyer을 '페낭 변호사'로 옮겼다. 갑자기 번역이 구글 기계 번역기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여기에 멋대로 의역까지 했다. old-fashioned을 '나이 든'으로 옮겼는지. 차라리 기계적으로 번역해서 구식이라고 하든가.

박상은은 원문을 자기 편할 대로 빼고 아예 번역을 하지 않는다. 셜록 홈즈 전집 전 권이 그렇다. 오히려 이게 읽기에는 편하기도 하다. 문장이 간략해지니까.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하다. It was just such a stick as the old-fashioned family practitioner used to carry -- dignified, solid, and reassuring. 개업의가 들고 다니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지팡이였다. old-fashioned family, dignified, solid, and reassuring는 번역하지 않았고 '고풍스러운'은 자기 마음대로 갖다 붙였다.

조영학 번역은 원문을 충분히 살리면서 의미도 정확하게 살린다. It was just such a stick as the old-fashioned family practitioner used to carry -- dignified, solid, and reassuring. 누가 봐도 보수적인 개업 주치의에게 어울릴 법한 지팡이였다. 품위 있고 단단하며 왠지 신뢰가 가는.

특히 조영학은 홈즈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홈스'로 썼다. 대부분 번역본이 '홈즈'를 쓴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열린책들 번역본을 추천한다.

열린책들의 책표지는 해당 소설이 영화나 뮤지컬로 나와 유명해지면 언제부턴가 바뀐다. 

2015.01.02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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