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곡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문예춘추사 펴냄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종종 2부 방식으로 쓴다. 현재 사건과 그와 관련된 옛 사연을 나란히 배치한다. 첫 장편소설을 발표한 지 27년이나 지난 후에 쓴 '공포의 계곡'도 사건과 관련이 있다며 참으로 고집스럽게 미국에서 펼쳐지는 옛날 일을 덧붙인다. '주홍색 연구'의 확장판을 보는 기분이다.
딱 1부로 끝났으면 좋았으려만. 군더더기를 없애 단편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으려만. 작가가 지면에 불쑥 튀어 나와 독자의 양해를 구하고 2부를 감행한다.
"자, 참을성 강한 독자들이여! 이제 서식스 주 벌스턴 주택에서, 그리고 존 더글라스 씨의 기묘한 이야기로 끝맺은 이번 소란에서 나와 함께 한동안 멀리 떠나 보기를 권한다. 시간상으로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공간상으로는 서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다."(131쪽)
양심에 찔리긴 했던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하나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이야기를 끼어 넣는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131쪽)
옛날 일이 현재 사건과 이어지니 흥미로울 수 있겠다. 2부는 없어도 그만이다. 단편을 장편 분량으로 억지로 늘렸다.
한술 더 떠서 에필로그로 모리아티까지 붙어 놓았다. 맞수 등장인물을 만들어 놓고는 왜 대결다운 대결이 없나 모르겠다. 그저 배후 조정자로 묘사될 뿐이다. 역동적인 사건들로 화려한 게임을 선보일 수 있었을 법한데, 안 한다.
암호 풀기와 밀실 살인은 나름대로 괜찮다. 범인 찾기가 쉬워서 탈이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 여러 트릭에 익숙한 독자로서는 어쩔 수 없다. 머리가 박살났다고 했을 때부터 범인과 수법은 뻔했고 게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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