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더다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셜록 홈즈의 창조자 도일의 초상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6점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을유문화사
제목에도 보이지만 초점은 코난 도일이지 셜록 홈즈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책을 셜록 홈즈 때문에 집어 들 것이다. 코난 도일 따위는 무시하고 말이다.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가 이토록 무시당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로 기억되지만 정작 본인은 이 따위 탐정소설은 문학 취급도 안 했다. "내 기준으로 보면 셜록 홈즈는 절대로 고귀한 문학이 될 수 없다. 다른 탐정 소설들도 마찬가지다."(108쪽)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의사가 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재능이었다. 휴일이면 학우들이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자 둘러앉았고 액션과 흥미를 최고조로 만들어낸 다음에 이야기를 멈추었다.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사과나 과자를 주면 그제서야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이미 알고 있었다. "관중이 나의 영향력 아래 사로잡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03쪽)
도일은 이야기의 최우선 조건이 재미였다. 내가 재미있지 않으면 아예 쓰려고 하지 않았다. 좋은 글의 세 가지 요건에서도 재미는 빠지지 않는다. "첫 번째 필수 조건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재밌을 것, 세 번째는 영리할 것." (125쪽)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은 셜록 홈즈 팬인 마이클 더다가 자신의 독서 경험담과 코난 도일에 관련 자료들을 묶어 펴낸 책이다. 대단할 건 없지만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의 애독자라면 안 읽고는 못 배길 것이다. 초점이 셜록 홈즈가 아닌 코난 도일이라서 그의 생소한 소설들이 나열되고 있지만 그 부분은 건너뛰고 읽으면 되니까 계속 코난 도일 따위는 무시하고 셜록 홈즈로 읽어낼 수 있다.
코난 도일은 이야기꾼 유령으로 사라지며 셜록 홈즈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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