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읽기 좋아하세요? 저는 아닙니다. 자서전 안 읽어요. 안 읽으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해도 안 읽어요. 자서전 대부분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지 죽을 지경이거든요.
그럼에도 다음 세 사람의 자서전은 너무 재미있고 무척 흥미로워서 안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대대로 재미있고 예상대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언제든 다시 또 읽을 마음이 여전히 있고요. 비상용 음식처럼 사서 곁에 두세요.
제가 여기 추천하는 세 사람이 자서전은 세 가지 공통점이자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그 사람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둘째, 자기 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를 더 많이 합니다.
셋째, 읽고 있으면 웃음이 터집니다.
마크 트웨인 자서전 The Autobiography of Mark Twain (1959년)
마크 트웨인 자서전
마크 트웨인.찰스 네이더 지음, 안기순 옮김/고즈윈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톰 소여의 모험'은 읽어 봤어도 정작 그가 쓴 자서전이 있다는 사실과 그 자서전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다는 점과 이게 미치도록 재미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회고록에, 아니 수필에, 아니 콩트에 가까운 글이다. 웃는라고 정신이 없다.
자기 얘기보다는 자기가 만난 사람들 얘기가 더 많고, 잔인하다고 할 정도로 솔직하게 써 놓아서, 타인의 위선을 익살스럽게 고발한다.
버트런드 러셀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사회평론
1872~1970. 98세. 러셀은 거의 한 세기를 살았던 사람이다. 지금 우리처럼 지루한 불황의 시대가 아니라 1, 2차 세계 대전 격동의 세월을 몸소 경험했던 사람이다.
수학자, 철학자, 노벨 문학 수상 작가, 교육자, 연설가, 평화주의 반전운동가. 그냥 유명했던 사람이 아니라 다재다능했던 사람이다.
그의 뜨거운 삶이 솔직담백하게 적혀 있는 책이다. 그는 물론이고 그의 주변 사람들도 흥미롭다. 비트겐슈타인, D.H. 로랜스.
재미있는 일화가 많은데, 그중에 하나는 영국이 여전히 신분사회 전통이 짙게 배어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시위 도중에 러셀이 폭도한테 폭행을 당하고 있자 경찰한테 저 분은 철학자다, 저명한 학자다 하고 얘기해도 꿈쩍도 안 하더니 백작 동생이라니까 움직였단다.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An Autobiography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황금가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추리소설로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다.
평생 써낸 책 80여 권의 분량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 책들의 판매와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이 더욱 미스터리다. 책에 무슨 마법이라고 넣었는가.
자서전에 잘 나오는데 그렇게 많은 책을 써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정작 자신은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을 만큼 글 쓰는 일을 부업으로만 여겼다. 쏠쏠한 부업이었지. 나중에 적업작가로서의 자세를 갖추긴 하지만.
"작가란 모름지기 지금 써야 하는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시작부터 독자를 웃긴다.
가끔씩 자잘하고 일상적인 잡 얘기(이사, 새 차 구입, 사람 구함)가 있는데, 잘 건너뛰어 읽으면 되겠다.
내가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을 읽고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작가가 되려고도 문학을 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재미로 썼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젊었을 때 그동안 꿈꾸었던 꿈(희망했던 인생 진로)을 과감하게 버렸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원하는 일이라도 이룰 수 없다면 빨리 포기하는 지혜라니. 뭐 작가로서 대성공을 거두니까 이런 말을 자서전에 남길 수도 있는 것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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