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21년 10월
이상해서 궁금증이 생기는 사건을 짧고 명료한 문체로 쓴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대개는 범죄이고 아닌 것도 있다.
책 광고 문구 “이 책을 덮는 순간 인간에 대한 공포가 밀려온다!”는 아니다. “아, 그랬던 거였구나!” 정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 장편 수준을 기대하진 마라. 홈런이 아니라 2루타 정도다. 그럭저럭 읽을만하다.
이 단편집에 있는 소설들은 그의 평소 작품들에 비하면 평작이지만, 독자에게 궁금증이 생기게 하고 절묘하게 그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궁금해서 계속 읽고 마침내 끝까지 다 읽고야 만다. 미스터리로서의 기본에 충실하다.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이라면 기본기 수련하기에 좋은 단편이다.
결말, 혹은 해결을 제외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까지만 소개한다. 스포일러 없음.
[자고 있던 여자]
직장 동료들한테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주던 나는, 어느 날 집에 들어가보니 생판 모르는 여자가 침대에서 자고 있다.
여자는 뻔뻔하게도 혹시라도 자신이 임신할지도 모르니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야겠다고 한다.
나는 회사에 돌아가서 내 방을 빌린 적이 있는 녀석들을 모두 추궁했으나 모두들 부정한다. 녀석들의 사진이 있는 사원증을 가져다 여자한테 보여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도대체 이 여자의 정체는 뭐지?
[판정 콜을 다시 한번!]
학창 시절 중요한 야구 시합에서 아웃 판정을 받은 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나.
강도 짓을 하다가 경찰한테 들켜서 도망치던 중 그 아웃 판정을 내린 심판의 집에 숨어 들어간다.
내 판단에는 명백히 세이프인데 아웃 판정을 내린, 이 심판은 칼을 대고 위협을 해도 여전히 그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 왜?
[죽으면 일도 못 해]
엔지니어 지망생이었던 나는 대학 졸업 후 자동차 부품 회사에 취직한다. 그 회사에서 하야시다 계장을 만나 일을 배운다. 성실하고 완벽한 일처리로 유명한 계장.
그런 계장이 휴게실에 죽어 발견되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그리고 계장이 평소 즐겨 먹던 센베이 과자 봉지가 휴게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성격상 과자를 남기고 버렸다는 것이 이상했다.
로봇 팔에 맞아 죽은 것이라 추측했으나 형사의 조사에 따르면 로봇 팔과 상처가 일치하지 않는데...
[달콤해야 하는데]
호놀룰루로 신혼여행을 온 나. 재혼이다. 아내는 교통 사고로 죽었다. 딸 아이는 얼마 전에 죽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이번에 결혼한 여자 나오미가 딸 아이를 죽인 것으로 의심한 나는, 네가 죽였냐고 물었는데 그렇다 아니다 대답은 안 하고 “신혼여행인데. 행복해야 하는데.” 이런 말만 한다.
나는 나오미의 목을 조여 죽이려다 그만둔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 반전.
[등대에서]
나는 대학생 시절 혼자서 여행하던 중 등대지기의 권유로 등대에서 묵기로 한다. 자는 동안 등대지기한테 성추행 당하다가 깨서 도망친다.
동급생 유스케한테 그 등대와 등대지기를 소개해 준다. 자신이 당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평소 즐겨 마시는 버번 병에 수면제를 넣었다. 다음날, 등대지기가 살해된 사건이 보도되는데...
[결혼 보고]
결혼했다고 알리는, 친구의 편지. 이상하게도 같이 동봉된 사진에는 그 친구가 아닌 엉뚱한 여자가 남편이라는 사람과 찍혀 있다.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코스타리카 여행 중 강도를 당한다. 다 털려서 가까스로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갑에 동전과 함께 도난당했던 카메라의 버튼전지 뚜껑이 있었다. 어찌된 일이지?
미스터리는 대체로 반전이다. 독자의 예상 혹은 추측을 반박해서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도무지 알 수 없고 이상한 일을 논리적으로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사소한 물건을 이용한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서 독자들이 읽으면서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다. [등대에서]의 과도, [죽으면 일도 못 해]의 과자 봉지, [자고 있던 여자]의 쓰레기통 내용물,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의 카메라 버튼전지 뚜껑.
20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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