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이미 유명해서 다들 아는 판타지소설, 예를 들어 얼불노니 톨킨이니 해리포터니 하며 추천해 봐야 같은 소리 반복이고 별 의미도 소용도 없을 법 싶어서, 국내 독자들이 잘 모르지만 나름 유명하고 어느 정도 평판을 얻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흔히들 마법이 나오면 곧장 그게 판타지소설이라고 여기는 모양인데, 이제부터 보게 될 소설들은 마법이 나오지 않거나 큰 비중을 차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이게 무슨 판타지소설이냐 항의할 수도 있을 법하다.

여기 소개하는 판타지소설은 중세/마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들이다.

가장 먼저 추천할 판타지소설 '워터십 다운'은 마법이 나오지 않지만 흥미로운 환상세계를 보여준다.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사계절

겉보기에는 얘들이나 읽는 동물 이야기 같은데, 제목에도 토끼고 표지에도 토끼니, 실제로 책을 펴서 읽어가면 세븐킹덤이나 중간계에 못지 않은 판타지 세계가 펼쳐진다.

각 토끼별로 일종의 탐험대를 구성하며 모험에 나선다. 재앙을 예견하는 예언자 토끼. 무리를 이끄는 리더 토끼. 입담이 풍부한 이야기꾼 토끼. 힘센 장사 토끼.

자연스럽게 흐르는 이야기 서술이 돋보인다. 토끼들의 말과 행동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모험, 로맨스, 스파이, 첩보, 전쟁 등이 펼쳐진다.

다음으로 소개할 판타지소설에도 마법이 나오지 않는다. 2차원 평면세계다.

플랫랜드
에드윈 애벗 지음
윤태일 옮김/늘봄

역시 제목과 표지만 보면 수학책으로 착각할 수 있겠으나 2차원 가상세계를 그리는 판타지소설이다. 영미권에서 유명한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책이다.

평면 여러 도형을 의인화하며 계급사회를 펼쳐 보여준다. 사회 풍자적 성격과 모험담 분위기 때문인지 '걸리버 여행기'랑 비슷하게들 느끼는 모양이다.

인식의 차원에 대해 많은 생각과 흥미로운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소설은 미리 경고하는데, 통독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통독하지 못했다.

거울 속의 거울
미하엘 엔데 지음, 에드가 엔데 그림
이병서 옮김/메타포

미하엘 엔데 하면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 같은 어린이용 판타지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런 그에게 어른용 초현실주의 판타지소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안 될 듯하다.

일단 어른용이니까 아동 및 청소년 독자들은 이 책을 읽지 말길 당부한다. 쓰디쓴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어둡고 냉정하다. 자본주의 사회를 매섭게 풍자한다.

기이하지만 매혹적인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퍼즐 조각' 같은 소설이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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