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황금가지 펴냄
어스시 시리즈는 어슐러 르 귄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판타지소설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랑 비슷한 거라고 짐작하고 책을 펴면 안 된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주인공이 마법을 마음껏 부릴 거라 기대하면 실망이 크리라. 또 용과 멋진 싸움을 할 거라고 추측하면 허무하리라. 이 작품은 요즘 인기를 끄는 판타지와 다르다. 상상 세계를 바라보는 눈길이 다르다. 많이 다르다.
르귄이 창조한 가상 세계, 어스시에는 크고 작은 섬과 넓고 좁은 바다가 많다. 어스시(Earthsea)는 어스(Earth)와 시(sea)를 합쳐 만든 단어다. 어떤 이는 우리말로 직역해서 '땅바다'로 쓰던데, 영어는 꾸밈의 방향이 우리말과 반대니까, '바다땅'으로 해야 의미가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정확히는 이런 뜻이다. 바다가 넓은 세상. 그러니 여행은 주로 배를 타고 한다. 거의 대부분 항해다.
이 세계는 우리가 말하는 학문이 없다. 대신 마법이 있다. 학자는 없고 마법사가 있다. 마법은 과학과 지식에 대한 은유이고, 마법사는 과학자와 지식인에 대한 비유다. 마법 학교에서 수업 과정을 마치면 마법사가 된다. 이들은 섬을 다스리는 영주를 섬기거나 이 섬 저 섬으로 떠돈다.
이 세계에서 마법사는 마법을 자연의 균형을 깨지 않는 선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조화를 깨면 재앙이 생긴다. 죽어야 할 운명에 있는 사람은 살리지 못한다. 또한, 사물의 참모습을 바꾸지 못한다. 가장 강력한 마법 주문은 존재의 참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요즘 판타지 소설과 다르다. 마법을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현실 세계의 과학 이야기다. 마법사는 우리 세계의 과학자다. 상상 세계지만 현실 세계와 맥을 같이 한다. 과학이 자연의 균형을 깨뜨리자 지구 온난화로 온갖 재난은 다 맛보고 있지 않은가.
어스시 시리즈 1권 '어스시의 마법사'는 소년이 진정한 마법사가 되는 이야기다. 훌륭한 마법사를 많이 배출한 곳, 콘트 섬. 그 섬에 사는 게드는 놀라운 마법 재능이 있다. 게드는 마법 학교를 졸업하고 용과 싸우고 자신을 괴롭히는 그림자를 물리쳐 마침내 온전한 사람이 된다. 그 과정을 그린 모험담이다.
르귄다운 소설이다. 빛과 어둠을 배경으로 깔았다. 사건 전개에 등장인물의 심리를 개입시켰다. 사색적인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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