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투안의 무덤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황금가지



[어스시의 마법사 A Wizard Of Earthsea] 마지막 문장을 보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 [아투안의 무덤 The Tombs Of Atuan]은 바로 아크베의 반지를 가져온 일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아투안의 묘지 지도와 묘지의 지하 미궁이 나온다. 같은 어스시 세계지만, 이 소설은 공간 배경이 탁 트인 바다가 아니고 답답한 지하 미로다.

어려서 대무녀 '아르하(모든 것을 바친 자)'로 뽑힌 소녀가 이름 없는 정령들이 재배하는 세계인 '아투안의 지하무덤'에서 자란다. 이 복잡한 미로 묘지 안에는 반지가 숨겨져 있다. 그런데 반쪽이다. 나머지 반쪽은 게드가 갖고 있다. 전편에서 게드가 그 반쪽 반지를 노파한테서 받았다. 왜 쓸데없이 이런 장면을 넣었나 싶더니, 후속 편에 이야기를 이으려고 그랬던 거였다.

소년 게드가 소녀 테나와 만나 반지를 합치고 그 어둠의 세계를 빠져 나온다. 이게 줄거리다. 전편에 비해 움직임이 거의 없다. 미로 속을 헤맨다. 무용담이 아니라 탈출기다.

전편에서는 소년 게드가 그림자의 존재와 싸우는 것이었다. 이번 편에서는 소녀 테나가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어둠의 세계를 게드의 도움과 믿음으로 빠져 나오는 것이다. 두 편의 공통점은 '성장과 자아 찾기'다. [어스시의 마법사]가 '소년 게드의 성장과 자아 찾기'였다면, [아투안의 무덤]은 '소녀 테나의 성장과 자아 찾기'라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지만, 남자 여자 그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지은이가 추구하는 것은 남자가 우월하냐 여자가 우월하냐가 아니고 인류의 조화, 사랑, 믿음 이런 것이니까. 르귄은 어둠과 빛, 두 단어를 유난히 좋아해서, 거기에 세상과 인생의 의미를 붙이며 이야기 전개의 바탕으로 깔아 놓는다.

르귄의 어스시 시리즈는 판타지 액션 게임 같은 재미는 없다. 르귄의 소설은 내면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독자를 현실에서 도피하게 하지 않는다. 다시 현실로 되돌려 보낸다. 르귄 소설 읽으면서 현실 도피를 꿈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을 덮으면 지금 여기에서 잘 살려고 하죠. 세상에 나아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하고 싶어한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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