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에 배우는 글쓰기
강병재 지음
북포스 펴냄
2011년 발행

글을 읽고 난 후에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반면, 딱 떨어져서 기분이 상쾌할 때가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일관성을 유지했는지 여부다.

좋은 글의 요건은 명확성, 간결성, 절실성, 충실성, 일관성 등이다.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일관성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그래야 글이 된다. 일관성을 위배하는 순간, 그동안 애써 쌓은 '글 탑'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리고 독자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숑 생긴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이거야 저거야 뭐야? 난 네가 좋다라고 시작해서 난 네가 싫다고 끝나면 안 된다. 물론 연애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지어 싫다가 다시 좋아지기도 한다. 글은 그러면 안 된다. 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관성은 글과 말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커피숍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음성을 녹음한 후, 그 말을 글로 적어 보라. "왔어." "왔구나." "멋지다." "뭐가?" "어, 전화왔네. 여보세요." "어, 커피 나왔다." "영진이는 요즘 뭐해?' "영애가 결혼한대." 이 얘기 저 얘기가 겹치고 하고자 하는 말이 끊어진다.

좋은 글의 첫째 요건은 일관성이다. 일관성이 없으면 글이 아니다. 글은 말과 달리 처음, 중간, 끝이 모두 앞뒤가 딱딱 맞아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글이 드물다. 당장 신문 사설 아무거나 택해서 일관성 여부를 따져 봐라. 논리적 비약과 감정적 강조, 충분치 못한 근거로 채워져 있으리라. 어떤 칼럼은 서로 관련도 상관도 없는 것들을 왔다갔다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말하듯 쓰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기 때문이다. 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단락과 단락이 서로 호응하고 어울리지는 따져보지 않은 것이다. 귀찮고 힘들어서들 대개 안 한다.

어떤 글은 문장 하나, 심지어 단어나 구두점 하나를 빼면 글 전체가 무너질 정도로 무척 촘촘하게 일관성을 유지시킨다. 다시 쓰기를 백 번 이상 했으리라. 이런 완벽주의 글쓰기를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논점에서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고 글이 나아가는 방향을 유지하면 충분하다. 이 글의 둘째 문단에서 연애 얘기로 잠깐 빠졌다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글은 제목, 낱말, 문장, 문단, 단락으로 구성한 건축물이다. 이를 한눈에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보기는 쉽지 않다. 그저 느낌으로 좋다 나쁘다 짐작할 뿐이다. 확실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강병재의 '서감도'를 작성해 보라.

'서감도'는 글의 설계도다. 작성하면 글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따라서 글의 일관성을 따져서 검증할 수 있다. 따라서 글이 무너지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글의 각 요소를 기호로 축약시킨 후 카테고리처럼 논리 나무를 만든다. 책-소설책-추리소설책-셜록 홈즈 시리즈. 이렇게 말이다. 제목-단락-문단-문장-단어. 제목은 그대로 두고 단락은 로마자, 문단은 알파벳 대문자, 문장은 숫자, 낱말은 알파벳 소문자로 바꾼다.

예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9~20쪽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를 서감도로 만들어 보자.

[원문]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서감도]
엄마야 누냐야

I A 1 2 3 4

한 단락 한 문단 네 문장이다.

이제 문장 간 상호 관계를 따진다.
2는 1을 구체적으로 풀어준 문장이다.
3번도 그렇다.
4번은 1번과 똑같은 문장이다. 반복하여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분석 결과를 기호로 표시해 보자.
1
1-1
1-2
1'

1관성이다. 웃자고 쓴 거니까 웃어 줘라.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말고. 헤헤헤. 하하하. 푸하하. 으하하. 호호호. 이것도 일관성이다.

이처럼 글쓰기는 구성 방법만 보면 단순하다. "글쓰기의 네 과정, 뜻을 정하고, 첫 문장 쓰고, 문장 이어 쓰고, 쓰면서 뜻을 구현하는 과정이 모두 앞뒤가 맞아야 하는 단순한 규칙에서 출발한다. 이 규칙을 이해한다면, 글쓰기의 쉬운 영역으로 넘어온다. 모든 과정이 어려움인 글쓰기가 무장 해제되는 것이다." 14~15쪽

글쓴이는 이 간단한 방법 뒤에 숨은 진실을 곧바로 고백한다. "한 편의 글을 쓰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하나는 뜻, 또 하나는 뜻을 풀어내는 글쓰기 능력이다. 보통 글을 쓰고 싶은 경우, 하고 싶은 말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가가 드문 것이고, 글쓰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15쪽

서감도는 만능이 아니다. 글의 일관성과 충분성을 점검하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글이 될 수 있게 해 주는 '퇴고' 혹은 '개요'의 수단이다. 또한 좋은 글을 읽었을 경우 서감도로 만들어 따져봐라. 과연 잘 쓴 글은 일관성과 충분성에 탁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부록으로 설명문, 논설문, 문학 작품을 서감도로 분석한 후, 지은이 강병재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서감도로 본 문학 작품은 대체로 좋은 문장과 좋은 글의 구조를 가졌다. 다른 일상의 글보다는 훨씬 정제된 글들이다. 풀이 문장과 반복 문장이 드물며, 짧고 분명한 새로운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것이 가독성을 만든다." 203쪽

그리하여 좋은 글은 탄생한다.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받았습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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