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 2005년 초판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 2016년 개정판
루비박스 펴냄

글쓰기의 힘 | 2024년 개정증보판
사이토 다카시 지음
데이원 펴냄

글을 잘 쓰고 싶은 분은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쓰는 분은 드물죠. 여러 작문 서적을 뒤적거려도 딱히 방법을 모르겠고요. 사이토 다카시의 이 책이 그런 분들한테 제격입니다. 실용서라서 바로 따라할 수 있습니다. 제목처럼 일단 원고지 10장 분량을 날마다 쓰면 글발이 생긴답니다.

날마다 꾸준히 쓰면 확실히 글을 많이 잘 쓸 수 있어요. 이 사실은 명백해요. 이 책을 쓴 사이토 다카시 씨만 주장하는 게 아니랍니다. 작문 책 아무거나 펴 보세요. 비슷한 말을 하고 있죠. 글쟁이들한테 물어 보세요. 앵무새처럼 같은 내용을 같은 어투로 반복하죠. "열심히 꾸준히 많이 써 봐. 그러면 잘 쓸 수 있어."

글을 일정 분량 꾸준히 쓴 사람은 글발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그런데 정말 좋은 글은 여전히 잘 안 나와요. 왜 그럴까요? 글을 잘 많이 쓰는 사람은 많아요. 

흔히들 책을 냈다고 하면 "우와, 작가네!" 하며 부러워하죠. 그 작가한테 등 돌리고 서점에 가 보세요. 책이 얼마나 많은지 보세요.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들을 보세요. 그 부러운 작가가 무진장 많아요. 책을 내지 않았어도 글을 쓰는 사람은 많죠. 

신문에 잡지에 글 쓰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사설에 칼럼에 기사에 광고에. 인터넷은 어떤가요. 쇼핑몰에 블로그에 미니홈피에. 정말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쓴 사람은 몇이나 되나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죠. 발가락까지 꼽을 정도라고요. 참 긍정적으로 사는 분이겠군요. 냄새야 좀 나겠지만요. 어쨌든, 정말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어요.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잡으신 분 많을 거예요. 저라고 안 그랬겠어요. 10장만 넘기면 무슨 글이든 잘 쓸 수 있다고? 정말? 읽고 난 후에는 어떤가요. 역시 글쓰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죠. 다시 글을 쓸 생각만 하고 실제로는 글을 안 써요. 사람은 본래 게을러요. 부지런은 본성이 아니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하죠.

왜 하필 원고지 10장이에요? 지은이의 답변은 이래요. "그 정도 분량은 구성이 있어야 쓰거든." 글을 생각나는 대로 쓰기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지금 당신도 할 수 있다니까요. 제가 해 보죠. 나는 생각을 하네. 열심히 하네. 정말 많이 하네. 시 한 편이 됐군요. 더 쓰라고요? 더 할 말이 없는데요. 다들 원고지 1~4장이 전부죠. 

설령 10장을 넘겼다고 해도 잘 지은 글인지는 퇴고를 해 보면 알 수 있어요. 지나친 자기감정이나 관련이 없는 것을 빼 보세요. 봐요, 10장이 안 넘죠. 아까 제가 쓴 시를 퇴고하면 뭐가 남죠. 한 문장만 남죠. 나는 생각을 한다.

글에 재미가 없는 이유는 뭘까요? 왜 지루할까요? 영화 감상문과 독후감이 인터넷에 많죠. 대부분 어떻죠. "재미있어요." "재미없어요."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여기는 이상해요." 무엇이 왜 어떻게 그런지는 아무 말이 없죠.

정말 잘 쓴 글은 잘 지은 글이에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짜서 멋진 그림처럼 펼쳐보여 준 글이라고요. 끝까지 다 읽으면 머릿속에서 전구 하나가 번쩍 켜지는 거예요. 형광등 말고요. 그건 깜빡거리잖아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를 때 켜지죠.

저는 '글쓰기'보다 '글짓기'라는 단어를 더 좋아해요. 그게 더 어울리거든요. 단지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단어와 단어를 이어서 좋은 문장 하나 만들기는 쉽지 않죠.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을 쌓아 글 한 편을 짓는 게 어디 쉽겠어요. 아무나 못하죠. 

피아노 연주에 비유할 수 있겠어요. 누구나 건반을 누를 수 있어요. 한 소절 칠 수 있겠죠. 솔미미 파레레. 나비야 정도는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은? 그 곡을 독창적으로 감동적이게 연주할 수 있으세요? 자, 울지 마세요. "원래 정말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은 매우 힘겨운 작업이다."라고 글쓴이도 말하잖아요.

구성력을 키우면 글을 잘 쓸 수 있지만, 정말 좋은 글은 안 나와요. 읽으면 머리카락이 전깃불에 맞은 듯 쭈뼛이 서는 글은 잘 지었다고 나오는 게 아니에요. 그럼 뭐냐고요? 유명한 소설가의 대하소설 백만 쪽보다 어느 무명씨의 일기 한 쪽이 왜 그렇게 감동적인가요. 글에서 울리는 그 무엇이 우리 가슴속에서 맴돌기 때문이죠. 글에서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은 뭘까요?

이 책의 끝 부분 151쪽에서 당신도 저처럼 밑줄을 긋게 될 거예요. 그랬다면 저랑 약속하세요. 글을 많이 잘 쓰게 된다면 글에 그것을 반드시 꼭 넣겠다고. 그것은 내면의 진실이에요.

눈치 채셨나요? 이 글은 원고지 10장 분량이랍니다.

2015.08.28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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