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
2007년 발행

글쓰기 책이다. 지금껏 글짓기 책을 스무 권 넘게 읽었다. 그럼에도 글을 제대로 잘 쓰긴 여전히 어렵다. 요리 책을 백만스물한 권을 읽었다고 해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

작법 책이 계속 반복하는 주장은 하나다. "제발 글 좀 써." 그럼에도 잘 안 쓴다. 어떻게든 온갖 핑계를 대고 글쓰기만은 피하려 한다. 키보드가 조금 뻑뻑하잖아. 새 키보드를 산다. 역시 연필로 써야 잘 쓸 수 있어. 새 연필을 산다. 조명이 어두운 것 같아. 형광등을 하나 더 단다. 졸리네. 잔다. 시간이 없네. 결국 안 쓴다.

글쓰기가 재미있다면, 게다가 술술 잘 풀리고 있다면, 이런 책을 읽겠는가. 안 써지고 재미없고 힘드니까 글짓기 책을 뒤적거리는 거다. 읽고나면 언제나 똑같은 교훈을 얻는다. "제발 글 좀 써."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결국 하나다. 글을 날마다 강제적으로든 자발적으로든 일정 분량 이상을 써내야 한다. 잘 쓰건 못 쓰건 무조건 글을 써 내야 한다. 양적 팽창이 질적 승화로 이어진다. 양적 부족으로는 절대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날마다 글을 써낸다. 자, 그럼 어떻게 쓸까? "간결하게 써라." 이 책의 모든 것이다. 이게 뭐냐고? 별거 없다고? 아직 감이 안 온다고? 생각은 글로 잘 표현되지 않는다. 생각을 글로 쓰려면 벽에 막힌다. 그 벽은 유리다. 빛은 통과한다. 허나 다른 물질은 막는다. 슬프게도 생각은 빛이 아니다. 생각은 바위다. 무리해서 통과시키려 한다면, 벽은 깨지고 만다. 그러니 빛의 입자만큼 써야 한다. 통과하게 말이다. 다시 말해,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간결하게.

간결하게? 무슨 말인가? 읽기 쉽게, 보기 쉽게, 알기 쉽게. 정말 쉽다. 말만 쉽다. 써라? 쉽다. 말만. 글은? 어렵다.

어떤 사람은 글쓰기가 쉽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어렵다고 한다. 쉬운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았으리라.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글을 잘 쓰려는 당신은 누구인가? 간절히 소망하는 자이리라. 그리하여 그대의 글은 간결하리라.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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