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콕 탐정
에밀 가보리오 지음, 한진영 옮김/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제목처럼 르콕이 주인공이다.

셜록 홈즈는 '주홍색 연구'에서 르콕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르콕은 형편없이 서투른 친구야. 배울 점이라곤 단 한 가지, 정력 뿐이야. 그 책을 읽고 속이 뒤집히더군. 문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죄수의 신원을 밝히는 일이었어. 나라면 24시간 안에 밝힐 수 있었을 텐데 르콕은 여섯 달이나 걸렸어. 그 책은 차라리 탐정이 피해야 할 사항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로나 쓰는 게 좋겠어." 아마도 이 책이 그 책인 모양이다. 여섯 달은 아니고 두 달이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초반에 발자국을 끈질기게 따라가고 이내 비가 와서 자국이 사라질 것 같자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 즉석에서 발자국 모양을 찍어낸다. 대단한 집념이다. 르콕은 홈즈나 포와로에 비해 현실적인 캐럭터다. 일단 그가 경찰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명예로운 승진을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머리도 좋고 남다른 관찰력이 있지만 천재는 아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놀랍다.

홈즈 말대로 르콕은 신원을 밝혀내지 못했다. 추리소설 독자가 의심은 되지만 딱히 확증을 못하는 것처럼, 르콕은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수사 자문을 맡고 있는 타바레 노인에게 가서 조언을 구한 후에야 알아차린다. 그리고 뼈저린 실수를 되뇌인다.

이 소설은 르콕 탐정의 초창기 실패담을 그렸다. 그렇다면 성공담은 어느 소설에서 그렸나? 이 책 해설의 앙드레 지드 일기 인용문을 보면, 아마도 '오르시발의 범죄'인 것 같다. 현재 국내 출간된 번역본으론 확인할 길이 없다. 국내에 두 권이 나와 있는데, 이 책과 '르루주 사건'이다. '르루주 사건'의 주인공은 타바레다.

작품 쓸 당시 프랑스의 형사 고발, 사법 제도, 범인 취조, 수감 방법을 자세히 적었다. 공문서 '출두요구서'까지 제시했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진 않지만, 작가의 충실한 조사는 인정해 줘야 할 것이다.

미스터리 구성과 해결은 어슬프지 않나. 다이아몬드 귀걸이에, 암호문, 미행까지 나름 여러 재미를 배치했긴 했지만, 그래서 고작 이건가? 중간에 예심판사가 바뀌는 장면에서 이상하다 싶었던 게 적중해서 흐믓하긴 했다만.

결국 인상적으로 남은 것은 현행범 메이의 놀라운 연기력이다. 허전하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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