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비밀]
조르주 심농 지음

이가형 옮김

해문출판사 펴냄

- 수수께끼 내고 정답 맞추는, 신문 게재용 오락소설
- 안락의자형 탐정, 조젭 르보르뉴
- 매그레 시리즈의 전조

'13의 비밀'은 짤막한 추리소설 13편 모음집이다. 참고로, 매그레가 등장하는 경장편 '제1호 수문'을 함께 수록했다.

번역본에는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전무해서 인터넷 위키를 찾아 보았다. 불어지만 구글 번역이 있으니까 괜찮다. 대충 읽을 수 있다. 원제는 Les 13 Mystères고 1932년 출판되었다. '조르주 심'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

'13의 비밀'은 퀴즈식으로 쓴 오락물이다. 신문에 질문 부분까지 실을 후에 누가 범인을 맞추나 경연대회를 연다. 다음 주에 정답 부분을 발표한다. 이런 식이었다고.

분량은 콩트 수준이다. 몇 장 넘기면 이야기 끝이다.

 


매그레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습작 스케치 같은 작품이다. '셜록 홈즈'식으로 쓴 소설이지만 심농 스타일이 별처럼 깜박인다.

이야기의 서술자는 왓슨처럼 '나'다. 이 '나'는 이름이 뭐였더라. 아예 언급하지 않던가. 직업이 뭔지, 기자였든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 어쨌든 셜록 홈즈 같은 천재 탐정 '조젭 르보르뉴'가 범죄 수수께끼를 내면 도저히 맞추지 못하고 답을 알려주면 깜짝 놀란다.

정체불명의 수수께끼 같은 탐정 '조젭 르보르뉴'는 이름부터 수상하다. "르보르뉴란 이름이 애꾸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9쪽) 그는 '안락의자형 탐정'이다. 집 밖으로 나가서 수사하지 않는다. "르보르뉴는 언제나 팔걸이의자에 앉아 있는 채로 조사를 할 뿐이었다. 단언하건데, 이 남자는 여태껏 한 번도 시체를 직접 본 적이 없을 것이다."(10쪽) 신문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 범인을 척척 잡아내며 수법을 간파한다.

초반 6편까지는 그저그랬다. 장난 같고 우스개 같았다. 7번째 소설 '크로와 루스의 외딴집'에서 진면목이 드러났다. 이 소설은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예고살인에 밀실트릭이다. 열광하라. 매그레 시리즈 '갈레 씨, 홀로 죽다'의 전조로 보인다.

'3장의 렘브란트 그림'은 어디선가, 아마도 세계 미스터리 선집 같은 데서, 이미 읽은 기억이 난다. 나름 유명한 작품인가.

마지막 13번째 소설 '황금 담뱃갑'에서는 주인공의 과거와 정체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왜 범죄수사에 이토록 열중하게 되었으며 왜 정체를 숨기며 살고 있는지, 그 사연을 들려준다. 

 

역시 심농이다. 심농은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단순 오락물이 아니라 문학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인생의 씁쓸한 단편을 외면할 수 없었다. 퀴즈 게임 같은 추리소설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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