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 북하우스

영화 '은밀한 유혹'에 맞춰 기존 책을 절판시키고 영화 포스터를 책 표지로 쓴 개정판이 나왔다.

완전범죄를 다룬 이야기로 유명한 추리소설이다. 여러 차례 영화로 드라마로 나왔을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은밀한 유혹'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올해 나왔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이렇게 자주 영상으로 환생하는 것일까. 아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원작 소설을 읽어 봐야 안다.

이야기는 지푸라기처럼 간단하다. 쥐뿔도 없는 여자가 집사의 계획에 따라 돈 많고 늙은 남자한테 접근해서 결혼해서 한몫 챙기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행운이 그토록 쉽게 만날 수 있겠는가. 시작부터 찜찜하고 이상하지 않은가. 백만장자의 아내 구함 신문광고부터 이상하지 않은가. 충분히 가짜일 수 있다고 여겼으리라. 하지만 말이다. 초반부터 집사가 쓰라고 하는 그 편지는 의심이 되지 않던가.

이렇게 힌트를 맨앞에 뒀다. 독자한테 대놓고 코앞에 들이대고 조롱하듯 제시했다. 독자가 힐데가르트에게 감정이입을 할 거라는 것을 알고 함정을 파는 작가라니. 신데델라 욕망에 걸려든 독자를 가볍게 한입에 먹어치우는 독사 같으니.

"유죄를 인정하세요. 당신은 돈에 몸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게 당신 한 사람은 아니죠."(255쪽) 속은 독자한테 대놓고 말하는 것 같다. 자기 욕망에 눈이 먼 것은 힐데가르트나 독자나 마찬가지다. 작가는 그런 독자에게 독설을 퍼부으면서 신이 났다. 아이고, 재미있어라. 아이고, 고소해라.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돋보인다. 간결체란 이런 거다. 쓸데없이 꾸미는 문장은 모조리 태워버린다. 불꽃처럼 치솟는 대화가 독자의 가슴에 불타오른다.

추리소설이 그렇듯, 이야기 전개에 비약이 있고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과격하게 밀어붙였다. 1부까지 일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나 싶더니 2부부터 추락한다. 뜸금없이 결혼하고 하릴없이 죽는다. 쉽게 살려다가 쉽게 죽는다.

명성처럼 대단한 반전은 아니었다. '지푸라기 여자'는 지푸라기처럼 허전하다.  

헛된 꿈 깨고 열심히 살아라? 완전범죄 소설치고는 지나치게 교훈적이네.

2015.06.22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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